북한 곡물 수확량에 대한 추정치가 한국과 미국의 정부, 그리고 국제기구들간에 들쭉날쭉이다. 가장 큰 이유는 추정하는 방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국제기구- 현지표본조사
미국- 위성사진 촬영 분석
한국- 철원서 북한식 재배
측정 결과도 큰 차이 보여

지난달16일 북한의 올해 식량 생산량을 추정해 발표한 세계식량계획(WFP)과 국제농업기구(FAO)는 북한의 현지 조사를 통해 표본을 채취해 분석하는 방법을 썼다. WFP와 FAO는 이번 가을에 공동 조사팀을 북한에 파견, 몇몇 지역의 표본을 분석한 뒤 올해 예상 곡물 수확이 292만t에 불과한 반면 최소 곡물 필요량(금년 11월~내년 10월)은 478만5000t으로, 186만5천t의 외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은 KH-11 등 첩보 영상 위상을 이용해서 북한의 식량 사정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내 농업 전문가는 “지난 10월 미국의 모 기관으로부터 ‘위성으로 북한 지역을 찍다 보니 여전히 푸릇푸릇한 논이 나타나는데 벼가 다 자랐는데도 또 자라는 벼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나중에 알아 보니 북한 농민들이 길가의 논은 제초를 잘 하지만 안으로 들어간 논이나 밭은 내버려 둬 풀이 무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미 농무성 등이 근년 들어 추정치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위성에 의한 추정이 정확도가 낮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북한의 식량 생산량에 대한 공식 보고서를 발표하는 농촌진흥청은 북한 지역과 기상과 토질이 비슷한 철원에서 벼와 옥수수를 북한 품종으로 재배해 그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철원과 철원 이북 지역의 기상 차이도 변수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북한의 몇몇 지역에서 채취된 표본들도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을 422만t으로 추정했고, 그 후 북한이 발표한 공식 생산량은 427만t으로 거의 일치했다. 현재 농촌진흥청이 내부적으로 추산한 올해 추정치도 지난해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철원에서의 재배 결과는 좋았으나 기상 차이가 약간의 변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촌경제연구원 북한농업연구센터는 지난달 초 북한의 올해 곡물 수확량을 243만~275만t으로 추정했다.

/이교관 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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