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평양외곽의 일반주택.
◇사진설명: 평양외곽의 일반주택.

평양에는 `동거 살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녀가 함께 산다는 뜻이 아니라, 두 세대가 한 집에 사는 경우를 말한다. 방이 3개 정도 되는 집에 식구가 적으면 대개 동거 세대를 받게 된다. 보통 같은 직장 사람끼리 ‘한 지붕 두 가족’을 이루게 된다. 동거 가족을 받는 게 의무는 아니지만 직장의 당 책임비서가 조용히 불러 “새로 온 00가 아직 집을 배정받지 못해 고생하고 있는데 함께 살면 어떻겠느냐”고 물으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한 번 배정 받으면 평생 '내 집' /집안 가꾸는 애착 '남한 못잖다'

북한도 주택난이 심하다. 특히 평양이 심각하다. 북한에서는 개인이 집을 짓거나 소유할 수 없고 국가가 필요한 사람에게 배정하게 돼 있지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형편이다. 평양에서는 결혼 후 빨라도 2~3년은 지나야 방 한 칸에 부엌이 달린 집을 배정 받을 수 있다. 10년이 넘도록 집을 배정받지 못해 분가를 못하고 부모에 얹혀 사는 젊은 부부들도 적지 않다. 남의 집에 동거살이를 하고 있으면 집 배정에서 다소 유리하기 때문에 남의 집 곁방살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임대료 같은 것은 물론 없지만 주인에게 인사치레는 해야 한다.

평양의 주택관리는 인민위원회 도시경영총국 주택배정과에서 담당한다. 집 배정의 권한을 갖고 있어 노른자위 부서로 통한다. 그러나 중앙당간부들이 사는 최고급 아파트인 창광아파트 같은 곳은 중앙당에서 직접 관리한다.

지방의 주택사정은 평양에 비해 한결 낫다. 시-도-군 인민위원회 도시경영과에 주택 배정을 신청하면 접수 순서와 사정이 급한 순서를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집안 배경과 뇌물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게 사실이다.

한번 집을 배정 받으면 대개 평생 살게 된다. 직장이 바뀌어 이사를 갈 경우는 물론 새로 집을 배정 받지만, 같은 지역에서는 직장의 직위가 바뀌었다고 해서 집을 바꾸고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집의 규모가 대개 비슷하기 때문이다.

농촌이나 도시 변두리의 서민들이 사는 집은 ‘하모니카 집’이라고 불린다. 방 하나에 부엌이 달린 집들이 단층으로 3~4 채씩 연이어 붙은, 북한식 연립주택이다. 대개 신혼 부부나 식구가 3명 이하인 가족들이 산다. 텃밭도 평수를 꼭 같이 나누어 옥수수나 채소를 심는다. 방음이 제대로 안돼 옆집에서 하는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어 이웃간에 비밀이 없다.

일부 지역의 모범 농장에는 ‘문화주택’이 건설되기도 하는데 방 2개에 부엌과 창고가 달린 단독주택으로 마당도 널찍하다. 북한의 선전 자료에 자주 등장하지만 농촌의 보편적인 주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진설명: 평양시내의 한 아파트
◇사진설명: 평양시내의 한 아파트

평양이나 도시에서는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일반적이다. 비록 소유권은 없지만 한번 배정받으면 평생 ‘내 집’이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이 집을 꾸미고 가꾸는 애착은 남한 못지 않다. 몇년씩 기다리다 내 집을 장만하면 눈물이 나도록 기뻐한다. 도배를 하고 장판을 깔고 나면 이웃들이 와서 축하해 주고 집을 꾸밀 선물을 건네기도 한다.

북한에서 집을 사고 파는 일은 있을 수 없지만 주택난이 심각해지면서 85년경부터 암암리에 사실상의 매매 행위가 일어나기도 한다. 가령 평양 광복거리에 노동자들을 위한 새 아파트가 건설됐는데 돈 많은 재일교포 출신들과 당간부들이 입주 대상자들에게 외화나 가전제품 등을 주고 도시경영과 간부와 짜고 집을 바꾸어 치는 일이 많았다. 몇 년 지나고 보니 아파트를 배정 받은 노동자들은 거의 없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당국에서 주택 불법 매매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벌이기도 했지만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평양의 경우 방 한 칸에 400 달러, 방 3개에 거실 달린 아파트는 1500 달러 정도면 ‘매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지방에서 개인이 집을 짓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소유권은 국가가 갖기 때문에 당국에서도 적극적으로 단속하지는 않는다.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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