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차례의 밀항 끝에 5일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탈북자 김용화(金龍華.47. 전 함흥철도국 직원)씨는 앞으로 국내에 1년간 체류하면서 자신이 북한주민임을 공식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됐다.

현재 김씨의 국적 판단에서 쟁점은 김씨가 국내로 혼자 배를 타고 밀입국할 당시 소지했던 랴오닝(遼寧)성 발행 `거민증'의 위조 여부이다.

김씨는 '일부 탈북자의 경우처럼 중국 당국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중국 관리를 매수,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관계당국은 김씨 주장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중국측에 조회한 결과 지난 97년 1월 10일 중국 공안부에서 김씨가 중국 국민임을 확인하는 회신을 했다고 맞서왔다.

김씨의 국적판단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점은 관계당국이 중국측으로부터 회신을 받았다고 한 뒤에 김씨 변호인측이 다시 중국 당국에 문의한 결과이다.

김씨 변호인측은 지난 97년 12월 22일과 23일자로 랴오닝성과 지린(吉林)성 공안청출입경관리처(公安廳出入境管理處)가 주중 한국대사관에 각각 보낸 '조사 결과 지린성 허룽(和龍)시 푸싱(富興)향 1992년의 호적에는 `김용화'라는 사람이 없다'는 내용의 회신 전문을 입수해 재판부에 제출했었다.

김씨가 소지한 거민증에는 그가 지난 92년 지린성에서 랴오닝성으로 호적을 옮긴 것으로 적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중국 당국이 확인한 것이다. 다시말해 거민증을 위조했다는 김씨 주장을 뒷받침한 유력한 물증인 셈이다.

중국 당국이 처음에는 김씨가 중국인이 맞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호적에 없다'는 다소 완곡한 표현으로 사실상 중국인이 아니라고 번복했는 것에 대한 자세한 사정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관계당국이 동향 탈북자 등의 신뢰성 있는 증언에도 불구하고 무엇 때문에 김씨의 주장을 묵살했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전후 사정은 `인도적 차원'에서 배려받은 1년 간의 국내 체류 기간에 드러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씨는 일본 후쿠오카(福岡) 입국관리국이 '그에게 중국 강제송환 명령을 내린 것은 합법적이다. 제3국으로 넘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는데도 결국 `제3국'인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본 당국 역시 김씨가 중국인, 즉 조선족이라는 확신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이는 역으로 김씨가 탈북자라는 것을 일본측에서도 내심 인정한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씨의 한국 귀환에는 지난해 12월 21일 김수환 추기경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던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불교계의 `사단법인 좋은 벗들 ',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등이 꾸준히 김씨의 입국을 허용해 줄 것을 당국에 요청하는 등 관계당국의 `앞뒤 꼭막힌 불합리한 조치'에 대한 시정요구가 잦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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