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 북한사람들도 새해 준비로 분주해진다. 빠뜨릴 수 없는 게 달력 장만이다. 좋은 달력은 ‘귀중품’ 대우를 받는다.

달력은 무료 배급이지만, 영화배우나 자연경치가 실린 12장짜리 달력은 암암리에 고가에 팔린다. 특히 인기배우 오미란이나 패션모델 같은 미인들이 나오는 달력은 최고 가격이다. 이런 달력은 외국문출판사나 평양종합인쇄공장에서 한정 생산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구경하기 힘들다. 하나에 보통 50~60원(노동자 평균 월급 100원)에 거래된다.

오미란 등 미인 실린 것 암암리 최고가에 팔려

집안에 별다른 장식품이 없는 가정에서는 영화배우사진이나 자연풍경이 실린 달력은 날짜가 지난 것을 팔기도 한다. 벽에 붙이는 장식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연말이 되면 평양의 달력을 찍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밀려드는 달력 부탁 때문에 잠적해야할 지경이다. 평양 시민들은 지방 친척들에게 새해 인사로 달력 하나라도 보내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달력 수요는 폭발적이다.

일반인들이 흔히 쓰는 달력은 달랑 한 장으로 된 것이다. 이런 달력은 인쇄공장에서 출고되어 각 시군에 있는 책방으로 배달되며, 여기서 각 기업소나 인민반별로 공급한다. 일반 달력은 모든 집에 공급하지만 종이질이 좋지 않고 벽에 붙이기가 마땅치 않다.

북한에서는 달력 하나를 보고도 그 집의 생활수준을 알 수 있다. /김미영 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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