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탈북 처녀’가 남한에서도 간호사로 새 출발하게 됐다.

5일 삼육대 간호학과를 졸업하는 김순희 (27·서울 노원구)씨는 97년 아버지 김원형(61)씨 등 가족 8명과 함께 서울에 정착한 탈북자다. 지난 1일부터 서울위생병원에서 연수, 오는 15일부터 정상 근무에 들어간다는 김씨는 “남한 사회의 떳떳한 구성원으로 당당한 전문 직업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93년부터 5년간 고향인 신의주의 병원에서 일했던 김씨는 97년 5월 가족과 함께 작은 나무배에 몸을 싣고 신의주를 출발, 서해 공해상을 통해 3일만에 백령도에 도착했다. 그는 귀순 이후에도 간호사로 계속 일하고 싶어했고, 이듬해인 98년 3월 삼육대 간호학과 2학년 과정에 편입했다.

“간호행정, 간호관리학 등 대부분의 과목에서 남·북의 용어가 틀려 힘들었어요.”

3년 과정의 신의주 의학전문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간호사 생활까지 했지만 다시 시작한 공부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여러 단체들의 탈북자 초청강연을 뿌리치지 못해 공부할 시간을 빼앗긴 것도 아쉬웠지만, 남북한의 간호학에 대한 접근방식이 너무 다른 점도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김씨는 “북에서는 간호사가 전적으로 의사에 종속돼 있는데 비해 남한은 간호사가 독립적이면서 일정한 책임까지 지게 돼 있어 공부하는 내내 중압감을 느꼈다”고 털어 놓았다.

김씨의 졸업평점은 3.21로 다른 학생에 비해 뒤떨어지지는 않는 수준.

“힘든 가운데서도 무사히 졸업을 하게 돼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학교 선·후배와 교수님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전혀 다른 세계에서의 학창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최재혁기자 jh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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