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선수 출신 황보영(사진:최순호기자)
"빙판에 설 때면 남한생활의 외로움 따윈 모두 잊게 돼요."

99년 4월 북한에서 귀순, 지난해 12월 구성돼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에서 공격수로 뛰게 된 황보영(22)은 남한에서 다시 시작한 아이스하키에 흠뻑 빠져 있다.

지난달 31일 치른 홍대부속초등학교와의 첫 공식경기에서 대표팀은 1: 5로 참패했지만 황보영은 4년만에 정식경기에 나선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듯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매주 3차례씩 태릉선수촌 아이스링크에서 11명의 동료들과 맹훈중인 그는 92년부터 97년까지 일찌감치 여자아이스하키를 육성한 북한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한때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실력파.

황보영은 99년 그의 경력을 눈여겨 본 협회 코치의 제안으로 남자들로 구성된 아이스하키 동호회에 가입해 운동을 해오다 지난해 대표팀이 구성되면서 운명처럼 다시 스틱을 잡았다.

91년 귀순한 이창수(현 마사회직원)씨가 한때 마사회 코치로 활동했었지만 북한출신 운동선수가 남한에서 현역 대표선수로 활약하기는 황보영이 처음.

비록 오랜 기간 운동하지 않았던 탓에 실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걸음마단계에 있는 대표팀에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남한 생활 3년째를 맞는 황보영은 간호보조사학원에 다니며 남한 사회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고 활달한 성격으로 친구도 많지만 하키만큼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없다고 한다.

그의 꿈은 대표선수가 돼 각종 국제대회를 누빈 뒤 장차 여자대표팀의 코치를 맡는 것.

황보영은 "아직 체력은 물론 모든 면에서 부족하지만 하루 빨리 옛 기량을 회복, 언젠가 한국이 일본,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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