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문학계에서는 지난 94년 7월 김일성주석 사망 이후 지금까지 6년동안 4개의 새로운 문학개념이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문학개념이 나타난 것은 갑작스러운 김 주석의 사망으로 야기된 정치적 혼란상태, 경제적인 어려움, 외교적인 고립 등을 타개키 위한 '사상적인 무기'역할에 문학이 이론적인 바탕이 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문학 전문가인 성균관대 김성수교수는 '북한은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맞은 경제적인 어려움 등 최대의 체제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문학을 비롯한 문예물을 적극 활용했고,그 과정에서 새로운 문학 개념이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등장한 새로운 개념은 '추모문학'이다. 말그대로 김일성 주석을 추모하는 문학작품을 일컫는 것으로, 김만영의 서사시 '위대한 수령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네'가 꼽힌다.

'추모 문학'과 거의 같은 무렵에 '단군문학'도 나타났다. '단군문학'은 이른바 '유훈통치기'(94~97년) 문학의 가장 큰 특징으로 규정되는데 민족사적 정통성 확보를 통해 김정일 총비서 체제의 안정을 꾀하자는 목적에서 나온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건국=김일성'등식을 성립시켜야만 김 총비서가 당시 주창한 '조선민족 중흥'이라는 구호가 타당성을 얻는다는 논리 아래 김일성주석을 민족의 시조인 단군과 비견한 것이다.

북한이 김 주석 사후에도 단군릉 복원 작업을 계속하면서 단군에 관한 각종 학술회의를 대대적으로 매년 개최해 온 것도 여기서 연유했다.

이와관련, 북한의 신예 여류작가 신경애는 94년 조선문학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다시 한번 민족이 위대하려면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 충성으로 받들어 나가야 함을 절감했다. 단군릉 발굴소식을 접한 나의 가슴은 한 세대에 가장 걸출한 두분의 위인을 모시고 사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한껏 설레이고 있고 또 이를 만대에 길이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단군문학'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태양민족문학'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95년 김정일총비서를 '주체의 태양'으로 묘사하면서 나타난 이 새로운 개념의 문학은 지난해 1월호 조선문학에 '2천년대가 왔다.모두 다 태양민족문학 건설에로'제하의 머리글이 게재되면서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 머리글은 북한의 작가들을 ' 태양의 위성작가'라고 규정하고 이에따라 ' 백두산 3대장군(김일성,김정일,김정숙)의 위인상을 최상의 사상 예술적 경지에서 형상할 것'을 촉구했다.

'태양문학'은 금년 1월 1일자 민주조선, 청년동맹등 북한의 주요 신문에 신년 공동사설과 함께 크게 게재된 신년축하 서사시 '21세기 찬가'를 계기로, 북한 문단의 새로운 주류로 올라섰다.

지면의 거의 반을 차지한 이 서사시는 김 총비서를 '21세기의 태양'이라는 실체적 개념으로 묘사하고 있다. 북한은 이 개념을 '위대한 영도자의 문학, 강성대국의 문학이며 주체의 인간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선군혁명문학'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김정일총비서가 주창한 '선군정치'에서 나온 이 개념은 어떤 특정한 문학작품을 일컫는 것이라기 보다는 김총비서 시대의 문학전반을 아우르는 문학사적 구분방법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과거 김일성 주석 시대의 항일혁명문학이나 김 주석과 김총비서 '공동지도기'의 수령형상문학을 잇는 개념으로 '선군혁명문학'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선군혁명문학'의 범주에는 94년 김일성 주석 사후 발표된 소설 '백금산'등 모든 작품이 들어가 있다.

김성수 교수는 '선군혁명문학'에 대해 '문학사상 김정일시대가 새로운 틀을 필요로 함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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