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달 27일과 28일 양일간 한국을 방문,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국과 러시아 양국 정부가 최종 합의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임박설이 모스크바 외교가 주변에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2월 27~28일로 예정된 푸틴의 한국 방문은 모스크바 외교가에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러시아 외무부도, 모스크바 주재 한국 대사관도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단지 『공식 확인』해 주지 않고 있을 뿐이다. 『공식 발표하기로 합의된 날짜 이전에는 공식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 한국과 러시아 양측 모두의 공식 입장이다. 양국 정부는 2월 중순 푸틴 대통령의 한국 방문과 그 일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위원장이 곧 러시아를 방문한다는 설은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 중인 지난 18일 『혹시 중국에서 곧바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과 함께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한 크렘린궁 고위 관계자는 『절대로 이번(1월)은 아니다』라고 적극 부인하면서, 『2월에 오기로 돼있다』고 여러 차례 단정적으로 발언했다. 또 다른 크렘린궁 고위 관계자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기를 희망하며, 또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들이 러시아 현지 언론에 보도되자, 세르게이 프리호드코(Sergei Prikhodko) 크렘린궁 외교 수석은 『김정일 위원장 방러 일정은 아직 협의 중이며, 확정된 것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같은 크렘린궁 발언들은 『북한이 2월 방문을 희망했으나, 러시아는 4월 이후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는 러시아 외무부 공식 설명과 상반된 것이다. 지금까지 러시아 외무부는 『푸틴 대통령이 작년 9월 북한을 먼저 방문했기 때문에 방한 이후에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이 이뤄지는 것이 순리』라고 한국측에 설명해 왔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김정일을 러시아에서 만나고 서울 가는 편이 러시아의 국제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사로서의 푸틴 대통령의 국제적 이미지 제고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2월 25~26일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예정됐던 푸틴 대통령과 모리 요시로(삼희랑) 일본 총리 간의 정상회담이 갑자기 연기된 점도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 임박설의 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러시아는 별다른 뚜렷한 이유없이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합의한 이르쿠츠크 양국 정상 회담 취소를 일본측에 통보했다. 이에 『모리 총리가 아닌 김정일을 이르쿠츠크에서 2월 25일과 26일 사이에 만난 뒤, 서울 가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모스크바 외교가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모스크바 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물리적 준비기간 등을 고려할 때, 김정일의 러시아방문은 2월보다는 4월에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말했다.

/ 모스크바=황성준특파원 s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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