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육백 공 칠(607)호 맞습니까” 라고 물으며 들어오는 사람은 필시 북에서 온 사람이다. 육백칠(607)호라고 읽는 남쪽의 관행과 달리 공(0)을 끼어넣어 읽는다. 6007이라면 남이나 북이나 ‘육천 칠’로 읽는다.

쌀 일(1)kg를 북에서는 ‘한 키로’라고 하고 오(5)kg는 ‘다섯 키로’, 십(10)kg은 ‘열 키로’로 읽는다. 남쪽에서는 외국에서 들어온 도량형(도량형)은 주로 일 미터(m), 이 그램(g), 삼 리터(ℓ)식의 한자어로 읽고 전통적으로 써온 도량형은 한 근, 두 가마, 세 쌈, 네 평 식으로 순우리말로 읽는다면 북에서는 일관되게 순우리말로 읽는 경향이다. 2000년 북한 신년사에 나온 ‘락원의 10명 당원’이라는 표현도 무심코 ‘십 명 당원’이라고 읽게 되는 것과 달리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열 명 당원’이라고 읽었다.

쌀 5kg은 '쌀 다섯 키로'로 표현/비타민 B1은 '비타민 비 하나'로

비타민 B₁, 비타민 B₂도 남에서는 외국 발음을 가능한 한 살려 ‘비 원’, ‘비 투’라고 읽는다. 그러나 북에서는 ‘비 하나’ ‘비 둘’ 식으로 읽어 남쪽 사람들이 듣기에 귀에 설다. 나이의 경우 ’62세’라고 해 놓고 남에서는 ‘육십 이 세’라고 읽거나 ‘예순 두 살’이라고 읽는다면 북에서는 ‘육십 이 세’라고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로 번역해 쓰게 된 수학 용어는 남북한이 크게 다르다. 기초과학 부문이 튼튼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서도 수학은 필수과목으로 세계적 수준에 맞춰 배우고 가르치지만 용어는 최대한 우리말을 살려 쓴다. √ 3(root 3)이라면 ‘뿌리 3’이라고 한다. 2배, 3배, 4배는 두 곱, 세 곱, 네 곱이다. 등식, 부등식은 ‘같기식’ ‘안같기식’으로, 사칙연산은 ‘넉셈’, 근사값은 ‘가까운 값’ 교집합은 ‘사귐’, 반비례는 ‘거꿀 비례’ 포물선은 ‘팔매선’ 등으로 부른다. 마름모를 북한에서는 ‘등변4각형’이라고 부르는데, 반대로 남한이 순우리말을 쓰는 경우다. 남한의 사다리꼴은 ‘사다리형’, 부채꼴은 ‘부채형’으로 부른다.

같은 순우리말도 남한에서 뺄셈 또는 빼기라고 한다면 북한에서는 ‘덜기’라고 하고 꼭지점은 ‘뾰족점’으로 불러 차이가 난다. 외국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 북한은 러시아 영향이 강하다. 남쪽에서 사인( sin), 코사인(cos), 탄젠트(tan)라고 해 영어식으로 발음한다면, 북한에서는 씨누스, 코씨누스, 탕겐스라고 하고, 마이너스는 미누스, 플러스는 쁠류스라고 해 지난 50년간 남북한의 문화 교류의 차이를 반영한다./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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