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에 나선 30대 관광객이 김정일 체제를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북한 당국에 체포돼 10시간 동안 억류됐다가 풀려났다.

5일 통일부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객 한모(38·여)씨가 4일 낮 관광 도중 김정일 체제에 자극적인 발언을 하다가 환경감시원에 적발돼 장전항 북측 사무소로 끌려가 억류됐으며, 거기서 북한 공안당국으로부터 4시간여 조사를 받았다. 북한측은 한씨에게 ‘김일성 김정일을 비난하고 남북한의 생활상을 비교한 발언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라’고 요구했으며, 한씨는 북측의 요구대로 자신의 발언을 시인하고 사과의 뜻을 표명하는 진술서를 쓰고 풀려났다.

지난해 6월 민영미(민영미)씨 사건 이후 관광객이 벌금형이 아닌 북한당국의 조사를 받고 추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으로 관광객 208명을 태운 금강산 관광선 봉래호는 예정보다 4시간 늦은 밤 11시쯤 장전항을 출발, 5일 오전 7시20분쯤 동해항에 도착했다.

한씨는 동해항 도착후 관계기관으로부터 간단한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그러나 정부와 현대측은 이 사건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즉시 공개하지 않아, 국민의 안전보다 햇볕정책의 성과를 더 의식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정권현기자 kh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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