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논리로
'사춘기 호기심'억눌러

북한 청소년들은 성교육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 남녀학생들이 함께 받는 성교육이라고는 고등중학교(중고교) 마지막해인 6학년 때(만 16세)에 이르러서야 생물 과목의 종자개량에 관한 부분에서 동물의 암컷과 수컷, 정자와 난자에 관해 배우는 것이 고작이다.
◇사진설명: 평양의 고등중학교 3학년(남한의 중2에 해당)여학생들이 꽃을 관찰하고 있다.이들은 90년대 들어서야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기 시작했다./북한화보 '조선'
탈북인들에 따르면 1990년대 이전까지는 "여학생 실습시간"에도 여자들의 위생유지와 건강지키기, 아이키우기법 등만 배울 뿐 임신 및 출산과정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았다고 한다. 남한과 달리 전문적인 성교육 서적마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 스스로 궁금증을 해결할 수도 없을 뿐더러, 부모 자식간의 대화에서도 매우 꺼려지는 주제다.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가’라는 아이들의 질문에는 ‘다리 밑에서 주워온다’고 대답하는 것이 보통이다.

생리를 시작한 여학생들은 어머니가 쓰던 가제를 물려받는다. 가슴띠(브래지어)나 속옷은 친한 친구끼리 모여 만들어 입는다. 생리가 빨리 시작된 아이들은 대부분 괜히 창피해 하고 부끄러운 일로 여긴다.

여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부터이다. 고등중학교 학생들 사이에 성문란 풍조가 번지자 종전까지 여성예절 및 가사실습만 해오던 "여학생 실습시간"에 남녀간의 신체구조 차이와 각종 성병, 생리현상 및 피임방법, 이성교제시의 주의점 등 에 관한 전반적 내용을 교육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남녀관계는 김일성과 김정숙의 혁명투쟁역사처럼 혁명적 의리로 맺어져야 한다면서, "학생들의 연애사업은 예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어 호기심 많은 사춘기 학생들을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고 한다.
피임은 여성들의 몫...성문란,성폭행 사건 적잖게 발생

조철진(20·청진 출신.1999년 입국)군은 “예전에는 연애를 하다가 걸리면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고등중학교 2∼3학년 정도면 연애를 할 정도로 통제가 느슨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소문이 날까 두려워 주로 저녁시간에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이성 친구를 만난다. 학생들간의 성폭행 사건도 적잖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피임은 전적으로 여성들의 몫이다. 남학생들은 피임기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여성용 피임기구 "루프"는 식량난으로 인한 아사자 증대 이후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으로 96년경부터 무료배포가 중단됐고, 사용마저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남성용 콘돔도 장관급 이상 고위 간부들의 전용병원인 "봉화진료소"에서도 귀하게 취급하는 품목이다.

임신하게 된 여학생은 대부분 부모와 함께 평소 안면이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중절수술을 받는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유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박씨나 결핵약 회충약 등으로 중절을 시도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이영환 객원기자 unity21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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