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북도->'북떼기' 평양->'노랭이'

북한에는 각 지역 사람들의 특성을 빗댄 별명들이 많다. 평안북도 사람들은 떼를 지어 잘 몰려다닌다는 뜻으로 ‘북떼기(북데기)’라고 불린다. 북데기는 벼를 탈곡할 때 나오는 짚부스러기를 말하는데 바람에 따라 무더기로 한 방향으로 날아 간다.

평안북도 젊은이들은 패싸움을 잘 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함경북도는 ‘찔악 ’이다. 악질의 뒤집은 말로 드세고 질기다는 뜻이다. 특히 여자가 그렇다. 함경도 여성들은 살림을 알뜰히 하고 깔끔한 대신 기가 세다는 평이다.

황해도는 ‘물농 ’이나 ‘물농포 ’라고 불린다. 농사를 많이 짓는데다 깐지지(깔끔하지) 못하고 어지럽게 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자강도는 ‘줄당콩 ’이다. 줄을 감아 올라가는 줄당콩을 많이 심는데다 어디나 잘 비집고 뻗어 올라가는 줄당콩처럼 남을 잘 걸고 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양강도는 감자를 많이심고, 또 사람들의 마음도 감자처럼 둥글둥글해 ‘감자 ’로 불린다. 원래 ‘감자바위 ’였던 강원도는 ‘갈매기 ’가 됐다. 바다를 끼고 있는데다 원산(북한 강원도의 도청소재지)항에 내리는 재일교포들의 덕을 많이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양은 ‘노랭이 ’,남포는 ‘진 노랭이 ’로 불린다. 남포사람이 평양사람보다 더욱 짜서라기보다 남포의 원래 이름이 진남포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성은 ‘깍쟁이 ’로 통한다. 북한에서도 도시사람들의 인심이 야박한 것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서울 깍쟁이와 개성 깍쟁이가 부채를 부치는데 서울깍쟁이는 부채를 들고 얼굴에만 흔들었는데 개성깍쟁이는 부채는 가만히 두고 얼굴을 흔들었다는 이야기는 북한에서도 유명하다.

함경남도 함흥은 기질이 얄밉고 드세 ‘얄개 ’로 통한다. 함남의 ‘북청 물장수 ’는 옛날 말이고 지금은 ‘북청 덤배 ’라고 불린다. 덤배는 잘 덤빈다는 뜻이다. 같은 도의 정평은 ‘쨔드레기 ’인데 말에 맺고 끊음이 없이 끌기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함남 홍원은 말 잘하고 말이 많아 ‘참새 ’로 불리는데 실제로 이곳 출신 연사들이 많다고 한다. 함경남도 지역에 특히 별명이 많은 것은 이곳 사람의 기질이 북한에서도 좀 특이하게 여겨지기 때문인듯 하다. 양강도 풍산은 산이 많고 척박해 땅강아지처럼 생활력이 강해야 살아 남을 수 있어 ‘땅개 ’라고 불린다. ‘머리숙인 ’선천은 평북 선천에 과거 기독교인이 많아 붙여진 것이다. ‘갑산 바우(바위)’‘강계 미인 ’도 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지방간의 교류가 활발치 않은 북한에서는 각 지역의 기질적 특성이 남한보다 뚜렷한 편이라 별명도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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