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없습니다” “Everything’s cool”

얼마전 한 북한 출신 여성을 만났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었는데 제가 끼였습니다. 제가 동행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못한 탓에 첫 인사를 할 때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은 웃으며 “일 없습니다”고 하더군요. 식사 후에 “커피 드실래요?”하고 물었더니 또 “일 없습니다”고 했습니다. 정확히는 아니지만 대충의 뜻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표정으로 봐서 기분이 나빠서 하는 말 같지도 않았구요. 그러나 나중에 한국인 친구들에게 제가 “일 없다”는 말을 사용했더니 별로 좋아 하지 않더라구요.

북한 사람이 하는 “일 없다”는 말은 영어로 “Everything's cool(OK)”(괜찮다, 좋다)” 또는 “No thank you”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 사람의 “일 없다”는 “It's none of your business(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의 뜻일 겁니다. 북한 사람이 “일 없다”고 하는 말을 “I have no job”(일자리가 없다), 또는 “I am free”(할 일이 없다)로 옮기는 분은 설마 없겠죠? /마이카 애들러 기자 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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