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왼쪽 핸들 뒤섞여 운행...교통위반 5회면 면허박탈

개인이 승용차를 갖는다는 것은 북한주민들에게 꿈같은 이야기다.
북한에서는 승용차번호판만 봐도 어디 소속인지를 알 수 있다.
북한에서 가장 선호하는 외제 승용차인 벤츠 가운데 앞번호가 216(김정일의 생일) 인 차들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및 후보위원을 비롯한 최고위 간부용이다.
사진설명 : ◇북한 인민보안성(경찰) 소속 교통단속 차량. 일본 닛산 승용차로 앞 번호가 17이다.

북한에서는 승용차로 다른 지방으로 갈 때도 여행증이 필수다. 시 도 군 경계에는 반드시 단속초소가 있고 어김없이 통행증 검열이 있다. 그러나 앞번호 216이 달린 벤츠는 건드리지 못한다. 인민보안성(경찰)이나 인민경비대에 새로 입대한 신병들이 멋 모르고 이런 승용차를 세웠다가 혼쭐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다른 실세 기관들의 앞번호는 국가안전보위부가 18~20, 인민보안성이 15~17, 지방당위원회는 11, 인민위원회 12, 지방인민위원회 13, 대외총국 21 등이다.

다른 기관들의 승용차는 일본이나 동구권에서 수입한 게 많다. 일본에서 수입한 중고차들은 핸들을 오른쪽에 붙인 채 운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핸들이 오른쪽과 왼쪽에 붙은 차들이 뒤섞여 있다. 북송 재일교포들에게는 이례적으로 자가승용차를 허용한다. 그러나 개인차를 직장에 배속시켜 사용해야 휘발유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주위의 눈총도 피할 수 있다.

1985년경부터는 평양시내에 택시도 등장했다. 하루 대절료가 40~50원 정도로 일반인들은 엄두를 낼 수 없다. 주로 외국인이나 재일 교포, 화교, 외화벌이 일꾼들이 이용한다. 택시 운전사에겐 별도의 담배나 술을 건네야 한다.


북한에서 운전 면허를 따려면 당이나 기관에서 추천을 받아 자동차운전사양성소를 1년 가량 다닌 뒤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운전사는 전문 직업인 대우를 받으며, 비교적 자유롭게 여기저기를 다닐 수 있어 북한에서는 최고 인기직종 중 하나이다.

음주운전을 하거나 교통위반, 사고 때는 면허증에 구멍을 뚫는다. 이런 구멍이 다섯 개면 면허증은 박탈된다.

북한 운전사 출신 탈북인들도 남한에서 다시 면허증을 따야 하는데 필기 시험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매우 자존심 상해 한다. 물론 실기에서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