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화-->책임자급 간부 집에만 설치
국제전화-->중-일-싱가포르등 일부 국한

북한은 1990년대 들어 광케이블 가설, 전화의 자동화·숫자화(디지털화) 등 통신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이 수동식이다. 평양은 자동전화가 가능하지만 한계가 있다. 우리의 전화 번호부에 해당하는 현행 ‘전화번호책’(1995.8 발행)에는 기관·기업소 전화번호만 나와 있다. 전화번호책에 나와 있지 않은 대상이나 그 내부는 반드시 교환을 통해 연결하도록 돼 있다는 이야기다.
사진설명 : ◇평양 김책공업대학 앞 공중전화에서 학생들이 전화를 하고 있다. 평양에서는 공중전화를 이용해 시외전화도 가능할 정도로 지방에 비해 통신 사정이 월등히 좋다.

시외전화도 전화번호책에 도(직할시)별 방향번호(지역번호)가 나와 있고 사용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돼 있지만 “신청문건을 해당 도(직할시) 전화국에 제출하여 수속을 받아야 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개인전화는 1995년부터 극히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개 기관·기업소 책임자급 간부의 집에만 있다. 이것도 개인의 수요보다는 기관·기업소의 비상연락망 가동과 하급단위의 보고통로 확보라는 당국의 필요에 의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개인전화라기보다는 직책에 따르는 관용전화에 가깝다.

평양을 비롯한 도(직할시)는 700여 대의 교환기에 의해 연결돼 있고 자동교환기는 평양에만 한 대 설치돼 있다. 일반인들이 전화를 걸려면 전화국이나 체신소에 가서 통화를 신청하거나 소속 기관·기업소의 전화를 이용하는 길밖에 없다. 기관·기업소의 전화를 이용하지 않고 개인이 개인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공중전화도 평양의 일부 지역에만 있고 지방에는 없다.

일례로 양강도 삼수군의 A공장 노동자가 강원도 문천시에 있는 B공장 노동자에게 전화를 건다고 가정해 보자. A공장 노동자는 삼수군 전화국→양강도 전화국→강원도 전화국→문천시 전화국→B공장 노동자 순으로 여러 단계를 거쳐야 상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것도 각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기존의 통화자가 없어야 바로 연결된다. 지방 전화는 광케이블이 깔리기 전만 해도 회선이 하나밖에 없어 누군가 회선을 사용중이면 통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운이 좋으면 1~2 시간 안에 연결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고 보통 3∼4시간, 길게는 1주일이 걸리기도 한다.

국제전화는 반드시 평양을 거쳐야 하며 중국·일본·싱가포르 등 일부에 한해 가능하다. 미국으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연결이 안 된다. 실제로 양강도 전화국에서 8년간 교환수로 일했던 이미란(여·30)씨는 97년 초 미국에 살고 있는 할머니와 통화가 가능한지 궁금해 평양의 교환수에게 슬쩍 물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미국으로 나가는 회선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평양의 고려호텔에서는 미국으로의 국제전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화요금이 비싼 것도 국제전화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다. 3분 한 통화에 시내 30전, 시외 50전 하는 국내전화에 비하면 1분에 6달러를 받는 국제전화 이용료는 엄청나게 비싼 편이다. 북한에서 1달러는 공식 환율로 2.2원 정도로 교환되지만 달러의 위력은 실제보다 훨씬 크다.

북한에서 전화연결 전보업무를 취급하는 교환수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일상적인 교환업무 외에 국가안전보위부(정보기구)나 인민보안성(치안기구)의 지시에 따라 통화내용을 감청, 보고한다. 여기에는 외국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미란씨는 “통화내용 엿듣기는 때로 심야의 졸음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면서 “듣다 보면 남녀간의 닭살돋는 얘기도 있고, ‘엄마 약이 얼마 필요하다’는 식의 밀매꾼들의 암호 같은 대화도 있다”고 귀띔한다.

이 밖에 고정적인 업무도 적지 않다. 이씨에 따르면 도 전화국 교환수의 경우 한 밤중에도 2시간에 한 번씩 각 시·군 관측소에서 올라오는 기상관측 자료를 제때에 접수해 평양에 보고해야 한다. 또 도내 각 시·군이 도와 수시로 주고받는 행정업무 보고와 결과, 도와 평양 사이에 오고 가는 업무 등도 중간에서 모두 받아 전달해야 하는 등 하는 일이 적지 않다. 결국 교환수는 본연의 교환업무 외에 당국의 통신망 장악을 통한 주민통제와 행정업무의 매개기능이라는 삼중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교환수의 업무가 벅차고 고단해도 때로 ‘행세하는 뿌듯함’도 있다. 평소에는 얌전한 교환수 동무로 통하지만 교환대 앞에서만은 한 끗발하기 때문이다. 어투가 불손하고 거친 사람의 순번이 뒤로 밀리는 것은 자업자득. “목소리만큼 얼굴도 고울 것 같다”며 제법 비위를 맞추는 사람의 순번이 앞당겨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 바닥 생리를 잘 아는 직급 높은 간부일수록 목소리가 살뜰하고 다정다감해진다.

북한은 대중잡지 ‘천리마’ 등을 통해 수시로 전화를 사용할 때 지켜야 할 언어예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통화는 될수록 간단명료해야 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것 등이 그 요지. 남북한간에 전화예절의 차이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이를테면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는 먼저 자기 소개부터 해야 한다. “예, ○○○관리국 계획과 과장 허창복입니다”, 또는 “동흥인민학교 교원 ○○○ 전화 받습니다” 등의 구체적인 사례가 예시되기도 한다. 인민군 고위간부 출신의 한 인사는 남한에 온 지 2년이 지났지만 대화 중에 휴대전화가 걸려오자 예의 “예, ○○○ 전화받습니다”로 통화를 시작, 몸에 밴 북한 전화예절의 한 단면을 드러내 보여 주기도 했다.

◇남북한 안내전화번호
  북한(평양) 남한
시내전화번호 안내 128(자동전화) 114
시외전화번호 안내 125(자동전화) 지역번호-114
시외전화 신청 129(접수) 101(문의)
국제전화 신청 161(접수) 007
국제전화 안내 162 004(문의)
기상예보 112 131(자동안내)
화재신고 119 119
구급의료전화 131 119(구급차)
범죄신고 110 112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