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북 온성 출신으로 탈북했다가 지난 8월 중국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던 이영옥(24·가명)씨는 2주일 만에 풀려나 지난 9월 다시 중국으로 탈출했다. 그는 북한 회령시에 탈북자 전용 감옥이 새로 지어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곳에 수감됐던 이씨는 최근에는 북한 당국이 탈북자들을 길어야 10일, 빠르면 2~3일 만에 풀어준다고 전했다. 재범의 경우도 20일 정도 지나면 풀어준다고 한다. 무산에서 건너온 한 탈북자도 전용 감옥이 지어진 것은 아니지만 처벌이 완화되었다는 것이다.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건너오고 있는 탈북자들
지금까지 강제송환된 난민은 가진 것을 몰수당하고, 중국에서 누구를 만났고 얼마나 머물렀는가에 따라 사형을 포함한 엄벌에 처해져 왔다. 처음 잡혀간 경우에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까지 구금된 채 강제노동을 해야 풀려났고, 세번 이상 체포된 경우에는 거의 극형에 처해진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한결 같은 증언이었다.

붙잡혀도 10일이내 모두 풀려나...기독교인 접촉땐 엄혹하게
그런데 남북정상회담 이후 송환된 탈북자에 대한 새로운 지침이 하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행동파적 북한인권운동을 펼쳐온 일본단체 RENK에 따르면, 체포된 탈북자도 두 번째까지는 강제수용소에 보내지 않고 출신지로 보내 석방시키고, 소유재산도 몰수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세 번째 잡힌 경우, 중국에서 한국 정보기관관계자를 접촉한 경우, 기독교 교회에서 원조를 받은 경우, 중국에서 임신한 여성과 그 가족의 경우는 여전히 엄벌에 처해진다.

처음으로 체포돼 송환된 경우인 이영옥씨는 “식사도 하루 세 끼 나오고, 미밥(쌀밥)이 나올 때도 있었다. 구타를 한 경우에도 ‘어디 가서 맞았다는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는 식의 서약서를 쓰게 할 만큼 간수들이 몸을 사린다”고 해 김정일의 ‘지시’가 없으면 이런 변화가 가능치 않은 것임을 가늠케 했다.

북한의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 완화 움직임이 최근의 대외 관계 변화를 의식한 일시적 호도책인지, 아니면 정책 변화인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동안 “간첩 10명을 잡는 것보다 한 사람의 탈북자를 막는 게 낫다”라는 것이 탈북자에 대한 북한의 기본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정일의 중국 방문시 장쩌민 주석의 충고로 이런 변화가 가능해졌다는 추측이 있다. 식량난으로 기울어진 민심을 잡기 위한 임시조치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선교활동을 펼쳐온 모퉁이돌선교회의 이삭 목사는 "국제사회를 의식한 결과라면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기독교인 탄압이 여전한 것으로 보면 인권 의식의 발로라거나 본질적인 변화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무관심..."그들 잊어가는 게 더 큰 문제"
몇년째 계속 탈북자를 지원해온 사단법인 ‘좋은벗들’의 김정님 간사는 "최근의 변화를 과대평가하면 곤란하다. 잡혀온 탈북자들을 겨우 좀 더 빨리 풀어주고, 끼니를 더 준다는 정도이다. 탈북자 문제는 남북화해무드 속에서 오히려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식량난은 남한의 직접지원이나 국제사회의 관심으로 풀릴 가능성이 보이나 탈북자문제는 누구의 관심으로부터도 멀어지고 있으며 해결을 위한 명분도 약화되었다. 그러나 탈북자는 계속 넘어오고 있고 이들의 인권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 인권운동단체들은 북한 내에서의 탈북자 처벌이 다소 완화되었다 해도, 중국에 넘어온 탈북자들에 대한 색출은 여전히 엄혹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무엇보다 국경경비가 강화되어 단순 식량난민들도 월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한다. 지난 7월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은 아직도 10만의 탈북난민이 존재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한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도 이들의 존재를 잊어가고 있는 추세다.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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