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 UCLA(LA 소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소수민족사를 전공한 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4년간 공부해 금년 8월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2주 전 조선일보 기자가 됐습니다. 한국어는 6년간 공부했고, 이제는 대학(한신대)에서 한국어로 강의할 정도가 됐습니다.
외국인이 한국 신문의 기자가 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북한과 한반도 통일문제를 다루면서 국제적인 시각을 한국민들에게, 또 한국인의 생각을 국제사회에 전하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저는 대학에서 흑인사, 라틴사, 중국사, 아랍사, 한국사 등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의아했던 것은 이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대부분 해당 소수민족뿐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수업을 들으면서 저는 미국내에서도 다른 민족끼리 진정한 이해를 갖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각자 교육받은 대로 그저 유럽 중심적인 시각에서 기타 민족과 국가를 인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지내는 동안 비슷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남북한 모두 상호 이해와 공존, 통일 등을 이야기 하면서도 정작 상대를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서로가 자기 중심적인 입장만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 많은 남북한간 군사적 충돌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CNN을 시청하신 아버지는 걱정된 목소리로 "마이카, 당장 짐싸서 돌아와!"라는 전화를 걸어 오셨습니다. 하지만 한국 친구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라고 했습니다.

한반도의 안과 밖에서 느끼는 상황 인식의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차이를 줄여 나가는 것도 통일의 중요한 작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반도문제는 국제성이 강하니까요.

저는 지난 1일 이메일클럽(WWW.emailclub.net) NK리포트에 저를 소개하는 글을 띄웠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룻동안 제가 직접 받은 회신 메일만 40통을 넘었습니다. 대부분 저를 격려해 주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은 외국인까지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자신은 그동안 무관심했던 것이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런 회신을 보면서 한국인들의 마음속에는 정말 통일 열망이 강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걸 드러내든 드러내지 않든 말입니다.

저는 엊그제 동료인 강철환 기자의 소개로 한 북한 출신 여성을 만났습니다. 강 기자도 북한 출신이거든요. 한국에 온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이 북한 여성은 멋진 분이었습니다. 그는 암담하고 비참한 북한의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여성이 제가 사랑하는 한국인 친구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의 남쪽 사람과 북쪽 사람들은 반세기의 분단으로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완전히 다른 민족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멋진 한 북한 여성을 보면서 남북한 사람간의 이질감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런 환경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이겠지요./마이카 애들러 기자 mycar@chosun.com

<이 기사의 보다 자세한 내용은 WWW.emailclub.net의 NK리포트 ‘한국을 사랑하는 미국인 기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