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주닭-광포종오리는 잡아먹기도

천연기념물도 잡아먹는다?

북한에는 잡아먹을 수 있는 천연기념물이 있다. 자강도 강계시 흥주동의 흥주닭과 함남 정평군 선덕리의 광포종오리다.
사진설명 : ◇북한의 천연기념물 광포종오리

흥주닭은 이곳 특산품종으로 강계시 장자강을 따라 서북쪽으로 얼마쯤 떨어져 있는 흥주닭공장에서 주로 사육되고 있다. 추위에 잘 견디고 겨울에도 계속 알을 낳는 것이 특징인데 김일성 주석이 이름을 지어주었다 하여 유명해졌다.

광포종오리의 본고장은 정평군 선덕리 광포호수. 1953년 10월 김주석이 이곳 호숫가에 대규모 오리공장을 짓고 오리를 집중적으로 기르도록 지시하면서 생겨난 신품종 오리이다. 당시 김주석은 직접 오리 종자알(종란)까지 보내주는 등 깊은 관심을 나타냈는데 이 종자알에서 부화해 나온 아홉 마리의 오리가 오늘날 광포종오리의 원조이다. 따지고 보면 흥주닭과 광포종오리는 처음부터 식용이었고 또 그런 목적으로 사육됐다. 그럼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희귀성과 학술적 의의보다는 김주석과의 인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이 천연기념물을 지정할 때 적용하는 기준은 ▲근로자들과 청소년학생들의 사상교양사업에 이바지할 수 있고 역사적 내용이 있는 대상 ▲나라의 부강발전과 인민들의 문화정서생활에 의의가 있는 대상 ▲학술적 및 풍치적 내용이 큰 대상 등이다. 이중 근로자들과 청소년학생들의 사상교양사업에 이바지할 수 있고 역사적 내용이 있는 대상 가운데는 김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혁명사적과 배려가 깃들어 있는 것들이 우선적으로 지정되는데 흥주닭과 광포종오리는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북한은 동식물과 지리·지질 등 다양한 대상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놓고 있으며 모두 합하면 총 467종(1994년 현재)에 이른다. /최용환 객원기자 yonghw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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