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전산망 부실...만남 자체도 "부담"되는듯


북한은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11.2~4) 후보자 명단 교환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미루고 있다. 또 9월30일 명단을 교환한 이산가족들이 찾으려는 북쪽 가족들의 생사·주소 확인결과도 ‘준비 안됐다’면서 알려주지 않고 있다.

이산가족 찾기가 어렵기 때문인가, 아니면 찾는 작업 자체를 늦추는 것일까.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인력 부족’과 ‘행정망 미비’ 등으로 찾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측은 적십자회담 때 “남쪽처럼 컴퓨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사람이 일일이 지방에 내려가 확인해야 한다”며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북측의 컴퓨터 1000대 지원요청도 이같은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나왔다는 것.

최근 입국한 탈북자들은 “과거 주민성분조사를 통해 월남자나 월북자들의 인적사항을 잘 파악하고 있으나, 95년이후 식량난으로 인해 주민이동이 많아져 주소지에 사람이 살고 있는지 파악이 안된다”고 말했다. 전화 사정도 여의치 못하다. 이산가족 찾기 사업을 책임진 인민보안성(경찰)도 지방조직까지 전화가 잘 안된다고 했다. 한 탈북자는 “지방 출장 때 증명서 확인에 6시간 정도 걸렸다”고 했다.

이산가족 만남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안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차 교환방문 후보자 명단에는 개인별 사진이 첨부됐으나, 생사 확인을 위한 100명 명단 교환 때엔 사진도 부착하지 못했다. 1차 교환방문 때엔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나, 생사확인 명단 교환은 급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이산가족들의 만남 자체를 체제 부담으로 인식해 능동적이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라 이행하고 있지만 썩 내켜서 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같다”면서 “1차 교환방문 때 남한의 가족이 북쪽 가족에게 뭐든지 다 주는 모습을 본 북측 관계자들의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남북관계 진전속도에 힘이 부친 북측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클린턴 대통령 방북이 코앞에 닥쳐 이산가족 사업 등에 관심을 돌리지 못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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