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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KAIST " 리과대학
김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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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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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만으로 뽑는 수재 집합소...한 과목 두번 낙제면 퇴학

해마다 1월 초가 되면 김일성종합대학에서는 과학경연대회가 열린다. 과목은 수학 물리 화학 영어. 군과 도에서 1,2차 선발전을 치른 최고 실력꾼 1000여명이 참가한다.

사진설명 : ◇리과대학 수학부 학부장인 심선숙 박사

여기서 1, 2, 3등에 뽑힌 학생에게는 자연과학 분야의 어떤 대학에나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또 등외로 성적 우수자 20~30 명에게는 모범상이 주어지고 이들에게는 김일성종합대학(자연과학분야)과 리과대학(理科大學), 김책공업종합대학에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입학 시험점수에 가산점을 얻을 수 있어 사실상 입학이 확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최고의 영재들이 선택하는 대학은 대개 김일성종합대학 아니면 리과대학이다. 간판을 중시하는 쪽은 김일성대학을, 실력을 기르겠다는 쪽은 리과대학을 선택하는 경향이다.

84년 경연대회에서 양강도 대표로 나가 모범상을 받은 이충국(32ㆍ94년 탈북. 경희대 한의학과 재학중)씨는 리과대학의 응시자격을 받아 입학했다. 그는 양강도 후창군 출신으로 집안 배경이 보잘 것 없는데다 부모없는 고아 신세였지만 오직 실력 하나만으로 북한 최고의 자연계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북한에서 대학에 진학하려면 실력 못지않게 출신성분과 집안 배경이 좋아야 하지만 리과대학만은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선발한다. 그래서 수재대학으로 불린다. 이 대학의 입학 시험 응시 자격을 얻기위해서는 대학 예비시험(남한의 수능시험에 해당)에서 각 군에서 적어도 10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이들은 다시 최종 입학 시험을 거쳐 한해에 200명 정도가 리과대학에 들어간다. 이충국씨가 들어갈 때 양강도 전체에서 20명이 입학시험을 치렀고, 이중 5명만이 입학할 수 있었다.

북한의 모든 대학은 제대군인(군 복무 3년 이상)과 사회생(사회생활 5년 이상 경력자)을 일정 비율(대개 20~30%) 받아들이게 돼 있다. 그러나 리과대학만은 예외다. 이 대학은 ‘직통생(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진학)’만 갈 수 있다. 사상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 대학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천재성을 인정받은 수재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뛰어난 재능의 학생이 고등중학교를 조기 졸업할 경우 주로 리과대학으로 입학이 허용된다. 교수들은 대부분은 이 대학출신의 준박사, 박사 출신이며 30~40% 정도가 동구권 유학파들이다. 북한에서 교수, 박사칭호를 얻으려면 최소한 40~50대는 돼야 가능하지만 리과대학에는 20대에 박사가 된 오영제(물리학), 김소인(수학) 등의 젊은 교수들이 포진해 있다.

리과대학은 평양시 은정구역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는 과학원과 함께 평성시 소속이었으나 과학자들에 대한 우대 정책의 일환으로 평양시에 편입돼 평양 시민 대우를 받게 됐다. 과학원은 북한 최고의 과학연구단지로 리과대학과 한 몸이다.

리과대학의 총학생수는 1500~1600명 정도로 7년 과정이다. 학부는 수학부 물리학부 화학부 생물학부 자동화학부 전자계산기학부가 있고, 박사원 과정이 있다. 학년별 학부 정원은 30명, 학과는 15명 정도이다. 여학생 비율은 15% 정도이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새벽 5시(여름철. 겨울철은 6시)에 일어나 운동장에 모여 체조와 달리기를 한다. 이어 줄을 맞추어 노래를 부르며 식당으로 향한다. 북한의 대학은 조직과 생활이 군대식이고, 여기에는 리과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아침 8시부터 90분 짜리 강의가 쉴새 없이 이어진다.

교재는 주로 리과대학교수들이 저술한 책들이며 원서는 참고서적으로 사용된다.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외국서적을 특별한 허가 없이는 못 보지만 자연과학 서적은 어떤 나라 것이라도 마음대로 볼 수 있다. 일본, 러시아, 미국 순으로 원서가 많이 들어 와 있다.

외국어는 독해 위주로 영어 러시아어 일어를 배우며, 대부분 학생들이 3개국 원서를 별 어려움 없이 읽어낸다.

시험은 8월과 1월 학기말에 치른다. 한 과목이라도 낙제하면 유급되고, 두 번 낙제하면 퇴학된다. 보통 한 학과 15명이 졸업하는 동안 2~3명이 유급 당하고, 1~2명 정도는 퇴학당한다. 수재들끼리의 경쟁이니 피가 터진다.

이충국씨는 “리과대학 학생들의 기초 과학 실력은 남한의 어느 대학에도 뒤지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북한에서 과학자들의 생활이 월급만으로는 겨울 난방도 해결하기 힘들 정도라 사기가 많이 떨어졌고 더불어 과학기술 수준도 많이 떨어진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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