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 이후 월남한 실향민들에 따르면 당시 북한의 제사 예법은 남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방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기는 했지만 그것은 남북한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전체적으로 보면 풍습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분단 반세기를 지나오면서 오늘날 남북한의 풍습은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제사풍습은 사회주의 체제하의 북한에서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본래의 모습을 거의 잃어버리거나 왜곡된 상태로 겨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제사는 기제와 추석제사, 한식 때의 성묘가 전부다. 제사 때 축문을 읽거나 지방을 써 붙이는 풍습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어쩌다 일부 월북자 가정에서나 구경할 수 있을 정도이며 대부분의 주민들은 그런 것이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남한에서는 보통 성묘 가기 전에 집에서 먼저 제사를 지내고 산소를 찾는 게 관례인데 북한에서는 집이든 밖이든 한 번으로 그친다. 성묘는 주로 한식과 추석에 한해 하는데 먼저 묘지 손질을 하고 제사를 지낸다. 특히 추석에는 벌초와 함께 햇곡식으로 만든 음식을 차려놓는다. 이때 술을 올리며 음식을 뜯어 묘 뒤쪽에 묻는 풍습이 없어지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

제사예법은 뚜렷한 기준이 없어 각자 알아서 한다. 홍동백서니 조율이시니 하는 제삿상 차리는 원칙이 있지도 않으며, 술을 붓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어느 가정에서도 상차림이나 제사절차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절을 하는 방법인데 남한에서는 재배를 하는 데 반해 북한에서는 무조건 삼배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지방에 가도 거의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지역적 차이가 있다면 삼배를 한 번 하느냐, 두세 번 하느냐 하는 것 뿐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삼배하는 것이 거의 굳어 버렸다./강철환 객원기자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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