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을 기점으로 할 때 서울은 194km, 부산 519km, 목포 472km, 백두산 385km, 독도 572km, 한반도 최남단의 마라도는 무려 656km….

이는 직선거리로 실제 이정(里程, mileage)은 이보다 훨씬 멀다.
흔히 도시 간의 이정은 도로의 출발점이자 거리의 기준이 되는 도로원표(道路元標)를 기착점으로 산정한다.

평양에도 도로원표가 있는데 북한은 이를 '나라길시작점'이라 부른다. 현재 위치는 평양시 중구역 김일성광장 주석단(연단) 아래 중앙.

◆ '나라길시작점'으로 불러, 96년에 현 위치로 옮겨와

1990년대 초까지만해도 평양 중구역 중성동 승리거리에 있는 해방산여관 앞마당에 비석의 형태로 세워져 있었다. 이후 평양 중구역 평양성 중성의 출입문 가운데 하나인 함구문으로 바뀌었다.

대동교(大同橋)로부터 창광산 쪽으로 난 도로와 평양제2백화점에서 인민대학습당으로 뻗은 도로가 만나는 곳. 지리학적으로는 동경 125도 45분과 북위 39도 01분에 위치하는 해발 12m지점이다.

당시 북한은 "과거 고구려가 평양으로 도읍을 이전한 후 평양성을 쌓았는데 당시 나라에서 띄우던 파발들이 평양성 중성과 외성 사이에 난 함구문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996년 나라길시작점은 다시 현 위치인 인근의 김일성광장 주석단 아래로 옮겨졌다. 이는 김정일 총비서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나라길시작점을 수령의 혁명활동역사와 결부시켜 올바로 정한다"는 것이 그 취지였다고 전해진다.

남한의 도로원표는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사 옆에 있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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