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태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북한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남측 우리 관할수역 침범사건에 대해 ‘해상에선 정확한 위치식별이 어렵고 우발적인 월선(월선)은 간헐적으로 발생해 왔기 때문에 현장에서 종결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단찮은 일을 가지고 국회가 문제를 삼는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적정(적정)이 발생했는데도 그것이 최고 지휘부까지 보고되지 않는 것은 보통문제가 아니다. 간헐적으로 월선이 이뤄졌다고 해서 대수롭잖게 여기는 것도 군(군)당국으로선 취할 자세가 아니다. 더군다나 그곳은 작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서해전 발생해역이 아닌가. 그런데도 시간이 얼마 지났다고 해서 국방장관이 그처럼 태평스럽게만 치부해도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은 적반하장(적반하장)으로 우리 경비정이 북한영해를 침범했다고 연일 방송에서 떠들어대는데도 반박은 고사하고 북한 경비정이 우리 관할수역을 침범한 일이 없다고 쉬쉬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남·북한 함정이 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에서 상호기동한 적은 있으나 양측 모두 북방한계선을 넘지 않았다고 발표했었다. 군 최고지휘부가 어떻게 북한경비정이 1km 가까이 월선했는데도 그런 일이 없다고 공식발표를 할 수 있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북한경비정 월선이 아무리 경미하고 자주 발생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보고하는 것이 군의 당연한 도리일 터인데, 입장이 곤란하다고 해서 고의적으로 은폐한다면 국민이 군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독수리훈련 등 우리 군사훈련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국방장관의 ‘주적(주적)발언’을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는데도 우리 국방당국은 이렇다 할 말이 없고, 남북 기본합의서에서도 사실상 남한 관할수역으로 인정하고 있는 북방한계선 남측수역을 북한이 계속 자기들 영해라고 주장하는데도 국방당국은 그에 대해 대변인 성명 하나 제때 내보낸 것이 없다. 지난 여름 북한은 최근 10년 사이 최대규모의 기동훈련을 했는데도 군당국이 그에 대해 일정한 반응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남북대화는 남북대화이고, 군 본연의 일상업무는 그것대로 별개다. 군당국이 정치적 시류에 맞춰 처신하기 시작하면 군은 이미 존재가치를 탈색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국방당국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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