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직 관리로는 최고위급으로 북한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24일 오후 7시쯤 수행기자들이 묵고 있는 평양 고려호텔에서 이틀간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정일(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23일 3시간, 24일 3시간 등 모두 6시간 동안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이었다.

미국 기자들이 특히 북한 미사일 개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진의를 묻자 올브라이트 장관은 “나는 김 위원장이 말한 것을 진지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강조했고, 올브라이트를 수행한 미 국무부의 고위 관리는 나중에 부연 설명을 통해 “김 위원장은 당초 위성 발사대라고 말했으나 좀더 명확히 해달라고 하자 이는 모든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날 백화원초대소에서 올브라이트 장관이 주재한 만찬이 열렸다. 만찬이 끝날 무렵 올브라이트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여러가지 현안에 관해 할 말씀이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전해달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e-메일 주소가 어떻게 되느냐”고 응수해 작은 웃음이 터졌다. 이에 앞서 올브라이트 장관은 농구광인 김 위원장에게 마이클 조던의 사인이 든 농구공을 선물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40분 올브라이트 장관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를 찾아와 2차 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어제 우리가 나눈 3시간의 대화가 50년간의 침묵을 깨기에 충분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위원장이 어제 우리와 회담한 데 이어 오늘도 시간을 내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오전에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이 예정돼 있었으나 갑자기 오후로 연기되면서, 전날인 23일로 예정돼있다가 취소됐던 김영남(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백남순(백남순) 외무상을 면담하는 일정이 24일 오전 되살아났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오전 9시50분쯤 만수대 의사당을 방문하는 것으로 방북 이틀째 일정을 시작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백 외무상과 20여분, 김 상임위원장과 30여분 회담했으며 이어 조명록(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주최하는 오찬에 참석했다. 국방위원회 봉화리 초대소에서 열린 오찬 자리에서 올브라이트는 “우리는 과거의 반목에서 벗어나 공동선을 위해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명록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은 양국 관계에서 좀더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연합뉴스·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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