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23일 오후 3시쯤 숙소인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서 당초 예정에 없던 김정일(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문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환하게 웃으며 잰 걸음으로 백화원 초대소에 들어서 올브라이트 장관과 두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미국 국무장관이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찾아준 것을 환영하며,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올브라이트 장관에게 인사를 건넸다. 올브라이트 장관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오게 돼서 기쁘다”고 덕담을 주고 받았다. 김 위원장이 “조명록(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을 원만하게 주선해 빌 클린턴 대통령과 만나게 한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하자, 올브라이트 장관은 “두 나라 사이에 논란이 없었다. 모든 것이 원만하게 진행됐다”고 받았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자신을 수행한 미국측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개했으며, 김 위원장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해금강 총석정을 그린 대형 벽화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회담에는 북한측에서 강석주(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이 참석했으며 미국측에서는 웬디 셔먼 대북정책 조정관, 스탠리 로스 동아태 담당 차관보,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 찰스 프리처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 등이 배석했다.

이어 올브라이트 장관은 5·1 경기장에서 예정에 없던 ‘조선노동당 창건 55주년 경축’ 매스 게임을 관람했다. 총 5막으로 구성된 매스게임은 체조·격투기·노래·무용·고전무용·교예 등을 망라한 종합 공연으로 펼쳐졌다. 김일성(김일성) 주석의 혁명 초기에서부터 김 국방위원장의 통치 등을 담은 내용으로 수만명의 학생·어린이·군인 등이 참가했다. 공연 도중 공연단은 미사일이 발사되는 그림이 담긴 플래카드로 매스게임을 펼쳤고, 미국측 관람자들은 규모와 내용에 놀라움을 나타냈다고 AFP가 전했다. 한 미국 기자는 “사회주의가 몰락하기 전 중국과 러시아를 여러 차례 가봤지만 이런 공연은 처음”이라며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은 공연이 끝나자 곧바로 백화원 초대소로 가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초대소에 입장하면서 그동안 날씨가 흐렸다가 이날 낮 맑아진 것을 가리켜 “올브라이트 장관이 해를 가져왔다”며 웃었다. 만찬 환영사는 김 위원장이 하지 않고 조 부위원장이 대신해 눈길을 끌었다. 조 부위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두나라의 깊은 불신과 군사적 문제들을 해결하기위해서는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날 당초 예정보다 30분 정도 늦은 오전 7시쯤 특별기 편으로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했다. 미국 각료로는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최초로 북한을 방문한 올브라이트는 특별기에서 내린 후 도착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평양=연합뉴스·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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