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6일 북한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위한 미국의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기로 하고, 북한이 국제테러에 반대하고 있음을 고려해 앞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기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또 “미·북 양측은 테러퇴치를 위한 국제법 체계를 지지하고 테러리즘과 싸우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상호협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아직 요도호 납치범을 추방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달성되지 않아 미국의 해제조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북한이 그것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발전적인 사태로 평가할 만하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변화는 국제사회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필수적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되면 각종 국제규제를 받아야 하는 등 폐쇄적인 체제를 과거보다는 한결 개방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지만, 그대신 IMF·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 가입이 가능해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무기수출통제법 적용 완화 등 미국의 경제제재도 대폭 완화되고, 인도적인 분야 이외의 미국의 원조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성명’이외의 구체적인 행동이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요도호 납치범 추방 뿐만 아니라 일·북 수교협상에서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 해결에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현정부는 물론 미·북간의 그러한 상황변화를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대해 테러지원국 지정을 한 계기가 87년 11월에 발생한 KAL 858기 폭파사건이었으며, 그로 인해 115명(외국인 2명포함)의 무고한 우리 국민이 희생당했는데도 그에 대한 분명한 ‘유감표명 한마디’없이 오로지 환영만 하고 있는 현정부의 자세는 구차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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