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가슴에 묻는 부모의 애간장은 필설로 형언키 어렵다. 어제 아침 조간신문을 펴든 부모들은 공포에 떨다가 총에 맞아 숨진 팔레스타인 소년의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어린 애다, 쏘지 말라!”는 아버지의 절규가 생생히 들리는 듯한데 아들은 끝내 아버지의 무릎에 쓰러지고 만다. 넋나간 어머니의 표정에서 우리는 전쟁의 냉혹함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열두살이면 아직 철부지다.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이스라엘군에 돌을 던지기도 했을 것이다. 이날도 엄마는 아들이 시위에 낄까봐 중고차 시장에 가는 아빠에게 딸려 보냈다. 그런데 부자는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경찰관의 치열한 총격전 속에 팽개쳐졌다. 필사적으로 도피처를 찾다가 겨우 벽돌담에 기대 웅크리고 앉은 부자. 아버지의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아들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과 공포에 떠는 눈빛이 가슴에 박힌다. ▶절규하던 아버지마저 고개를 떨구고, 배에 총탄을 맞은 아들은 아버지 쪽으로 쓰러져 절명한다. 사진으로 봐도 끔찍한 이 비정(비정)의 현장을 프랑스 TV기자가 카메라에 담아 방영했다니 자식 둔 부모들은 끔찍했을 것이다. 어느 쪽에서 소년을 쏘았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지만 아무 죄도 없는 어린이가 총에 맞아 죽었다는 자체가 천인공노할 일이다. ▶“어른들에게 외칩니다. 지금 당장 전쟁을 멈추세요!” 열한 살 체첸 난민소년의 절규다. 체첸뿐 아니라 코소보에서 르완다에서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전선(전선)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무력분쟁으로 숨진 18세 미만 청소년은 20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다. 1200만명은 집을 잃었으며, 600만명의 어린이는 중상을 입거나 영구불구가 됐다는 것이다. ▶분쟁 속에서 21세기를 맞은 인구가 8억5000만명에 달하고 전쟁지역에서 아직도 위험에 처해 있는 어린이도 2800만명이나 된다니 지구상의 평화는 허울좋은 수사(수사)인 모양이다. 전쟁이 아니라도 기아와 질병으로 죽거나 학대받는 어린이들도 부지기수다. 모두가 어른들 탓이다. 지금도 공포와 기아에 떨고 있을 북한 어린이들이 언제나 꽃제비 신세를 면할지, 그것도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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