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없는 북한사람들은 생전에 제주도를 한 번 가봤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고 한다. 제주가 한반도 남쪽 끝에 있는 섬인데다 기후도 좋고 풍광이 아름다워 이국적인 정취를 풍기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사람들의 제주관(관)이다. 제주는 삼별초 항쟁으로 빛나는 항몽(항몽) 유적지도 많은 곳이다. ▶그런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제주가 남북회담 장소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김정일 자신이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고 한 뒤 지난 추석 때 방문한 김용순 비서는 날씨가 좋지 않은데도 특별히 부탁을 해 제주일대를 샅샅이 다닌 것은 물론 한라산 1100m 고지까지 등정했다. 분단 후 최초의 국방장관 회담과 3차 장관급 회담도 이곳에서 열렸다. ▶북한대표들이 제주를 선호하는 것은 김정일의 제주답방을 앞둔 사전답사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은 서울이 아닌 제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 스스로도 남한 언론사 사장단의 방북 때 “한라산 일출을 꼭 보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적으로 사전답사나 제주에 대한 애착으로만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도 있다. 물론 3차 장관급 회담 북한 수석대표였던 전금진은 “어릴 때부터 최남단 제주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며 제주에 대한 강한 애착을 나타냈다. 그러나 김용순은 제주에 내리자마자 “북남인민들이 힘을 합쳐 강성대국을 이룩하자”면서‘우리 땅’이란 말을 자주 써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아직까지 북한대표들이 제주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 일부의원들이 경솔한 말 한마디로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북한사람들의 ‘꿍꿍이 속’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부도 아무말이 없다. 이 탓에 시중에선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북한구호와 연결시키는 등 온갖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심지어 ‘북한대표들이 제주 다금바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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