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북교류에서 경제 못지 않게 문화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큰 기대도 걸어왔다. 분단 55년 동안 정반대되는 정치·경제 체제 속에서 남북은 크게 달라져 민족 동질화 노력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봇물 터진 듯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남북 문화교류’는 ‘교류’가 아니라 북한 문화예술의 ‘일방적 도입’에 그치고 있어, 이런 현상을 언제까지 방치하고 수용할 것인지 우리 당국의 입장과 태도를 알고 싶다.

문화관광부의 ‘남북문화 교류실적’ 자료집에 의하면 엊그제의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의 KBS홀 연주를 비롯해 북한미술품 전시, 평양교예단 서울공연 등 올해 들어서만 모두 12건의 북한 문화행사가 성사됐으나, 같은 기간 북한에 소개한 우리의 문화예술 작품은 단 한 건도 없다. 그러고도 어떻게 ‘문화교류’라는 용어를 정부가 쓰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교류’라는 말 자체가 왔다갔다 하는 것인데, 이렇듯 북한작품만 들여오고 남한작품은 그쪽에 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교류’가 아니라 문화의 일방적 주입(주입)일 뿐이다.

또한 이 같은 일방통행이라도 그것이 순수한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족적, 거시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까지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북한의 외화벌이의 일환이고 우리의 ‘원조’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그것은 이벤트성 ‘정치장사’에 그칠 우려가 있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서울공연도 원래 민간 공연기획사가 기획했던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주도하고 KBS가 나서서 공연을 성사시켰으며, 기증 명목으로 14인치 TV수상기 2만대를 주기로 했다니 어림계산으로도 200만 달러에 상당하는 액수다. 그 뿐만이 아니다. 평양교예단의 서울공연도 거액을 주어 성사됐다는 것이다. 이런 돈거래를 통한 문화교류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문화민족을 자처하는 우리 민족은 문화나 예술은 순수한 것으로 믿어왔고 돈을 들먹이거나 그런 생각조차 하기를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민족의 품위를 저버리는 천박한 돈거래가 문화교류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 교류는 가시적인 공연, 전시 행사로만 진행하면 안 된다. 더 시급한 것은 하나의 민족으로서 같은 언어와 문자를 쓰고, 분단 이전까지 하나의 역사와 문화를 가졌다는 인식을 복원시키고, 분단 이후 이질화된 부분을 비교 연구하여 그 부분을 다시 하나로 묶는 작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컨대 남북언어의 연구나 일제 이전의 역사를 한민족 하나의 역사로 펴내는 일이 시급하다. 이런 공동연구와 그 결실을 위한 노력이 우선해야 진정한 남북 문화교류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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