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재향군인회 회장, 백선엽, 정승화, 유재흥 장군 등 군(군) 원로를 비롯한 6·25 및 월남전 참전 용사들이 정부의 미온적인 국군포로 대책을 보다 못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21일 오후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국군포로 조기송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부가 비전향 장기수들은 대거 북송하면서 북한에 억류 중인 국군포로 송환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역전의 용사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비전향 장기수와 국군포로 문제를 둘러싸고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는 괴이하기 짝이 없다. 남북정상의 합의에 따라 오는 9월 2일 북송예정인 비전향 장기수들은 무슨 ‘개선장군’이나 된 양 공개적인 기자회견을 갖고 일부 송환자의 가족동반 요구와 함께 정부가 ‘전향서’를 쓴 장기수 송환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비난했다. 이 자리에참석은 안했지만 북한노동당원 출신의 한 석방자는 인터넷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노동당 혁명전통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키겠다”는 맹세까지 해 여기가 북한땅인지 남한땅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였다.

정부는 국군포로나 납북자 송환에 열의를 다해야 한다. 6·25 때 납치된 수많은 인사들의 생사확인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 인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들의 송환이나 생사확인은 장기수 송환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훨씬 중요한 사항이다. 대부분이 남파공작원들인 비전향 장기수들은 우리 체제를 파괴하려다 붙잡힌 사람들인데 비해 납북자나 국군포로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서 북한에 강제억류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정부 내 일각에서 우리의 반공포로와 국군포로를 동일시하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자발적으로 북한에 가기를 거부한 사람과 자신의 의사에 관계없이 강제억류된 사람이 같을 수 있는가.

지금까지 정부는 “강제억류된 국군포로나 납북자는 한 사람도 없다”는 북한주장에 밀려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강제납북자나 국군포로가 정말로 한 사람도 없는지, 정부가 확보한 명단을 들이대며 따져볼 법도 한데 지금껏 그런 노력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한때 국군포로 문제와 연계했던 장기수문제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산가족 문제와 연계되고 있는 인상이다.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납북자나 국군포로 송환을 이산가족 문제로 다루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했으나, 그동안 북한과의 접촉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한 흔적은 발견할 수 없다. 여론에 밀린 정부는 앞으로 2차 장관급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제기에 그쳐서는 안되고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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