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장고(장고)에 들어갔다. 김 대통령은 14일 총선에 대해 직접 말하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로부터의 당무보고 일정도 연기했다. 이날 오후 임동원(임동원) 국정원장의 보고를 받은 것이 공식일정의 전부였다. 일정은 최대한 줄이고, 나머지 시간은 향후 정국구상을 위한 깊은 생각에 몰입했다.

과반(137석)에 육박한 한나라당의 의석(133석)과, 민주당·자민련을 합해도 과반에 미달(132석)하는 이번 총선 결과는 김 대통령을 적지 않은 ‘딜레마’에 빠뜨렸다.

김 대통령은 자신의 구상을 17일쯤 ‘대통령 긴급 담화’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총선 이후의 국정운영 ‘지침’을 국민들은 물론 정상회담에 합의한 북한당국, 또 총선후 국내 정정(정정)의 ‘불투명성’ 때문에 한국 투자에 머뭇거릴지 모를 외국 등을 향해 밝히려는 것이다. 최고통치권자로서의 정국운영 기조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정국이나 한국경제의 안정 확보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참모들은 전한다.

참모들은 김 대통령의 향후 구상이 크게 ▲총선정국 수습 ▲남북정상회담 등 대북관계 ▲경제회생 및 경제개혁 등 세 방향으로 나오리라고 한다.

당면 최대 관심사는 김 대통령이 국내정국의 운영틀을 어떻게 가져가느냐 여부다. 국회 입법권 확보를 위해 원내과반 확보에 나서려면 불가피하게 ‘한나라당 의원 건드리기’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무리한 정계개편, 의원 빼내기는 안 한다”고 했다. 그러면 정국불안이 가중되는 것은 뻔하고,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단합된 지원과 통합이 필수적인데, 이로인한 국내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은 자칫 민족적 대사(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박준영(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향후 김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에 국정의 최우선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무리수를 두지 않고 김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한 중립적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하고, 김종필(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의 ‘DJP공조’도 사안별 정책연합 등을 통해 협력해가면서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김 대통령은 긴급담화에서도 이를 밝히고, 빠르면 내주중 한나라당 이회창(이회창) 총재를 필두로 정계, 종교계, 사회지도자들과 대화를 갖고 거국적 협력을 당부할 계획이다.

이 기조는 다양한 ‘민심수습·국민화합’ 조치로 나타날 것 같다. 향후 당 개편 등에서 영남인사 중용(중용)과 인사편중 해소 노력, 또 석탄일을 기점으로 한 대규모 사면 복권 등이 거론된다.

문제는 이런 소프트 터치가 임기를 3년 가량 남긴 김 대통령의 통치권 약화(약화)를 불러일으킬지 모른다는 여권 일부의 우려다. “선거사범, 병역비리, 부정부패 척결 등의 노력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굴절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참모들의 언명은 시사점을 준다. 김 대통령은 또 향후 경제분야 개혁 드라이브는 계속 확고하게 밀고 나갈 방침이라고 참모들은 말한다.

김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은 우선 5월말 16대 국회 원구성을 앞두고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고, 6월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뒤에 좀더 명확해질 것 같다.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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