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내 얼굴을 몰라 볼까봐 점을 빼지 못했시요. ” 남에서 온 아버지 이재경(80·경기 부천시 원미구)씨를 만난 북한의 딸 경애(52)씨는 자신의 왼쪽 뺨에 난 커다란 점을 가리키며 울먹였다. 경애씨는 “결혼을 앞두고 점을 빼려고도 생각했었지만 통일이 돼서 아버지를 만났을 때 몰라보면 어쩌나 해서 그냥 두었다”며 아버지 가슴에 안겼다.

아내와 외아들을 만난 이덕연(74)씨는 생후 8개월 때 헤어진 아들 관열(52)씨가 양복에 훈장을 가득 달고 나타나자 다소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 이씨는 아들 관열씨가 “사회주의 건설과 군사복무에 노력한 공로로 당으로부터 국기 1급, 노력훈장 등 무려 16개나 받았다”고 자랑하자, 어깨를 두드리며 “고생많았겠구나”라고 격려했다.

이씨의 북한 아내 신순녀(72)씨는 “어제 남편을 만나러 황해남도 벽성군에서 올라와 양강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면서 “친애하는 김정일 장군 배려로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을 다시 만났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기도.

최고령 김정호(91·서울 강서구 가양동)씨는 1·4후퇴 때 눈보라 때문에 두고와 평생의 한이 된 외동아들 덕순씨와 상봉. 김씨는 어느덧 주름이 깊게 팬 초로(초로)의 아들을 보곤 말문이 막힌 듯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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