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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남북화해 첫 디딤돌 놨을뿐 정상회담이 목표일순 없어 여론·야당의견도 경청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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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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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개최합의 발표 이후 며칠간 온 나라가 흥분과 기대로 술렁거렸다. 남북 당국의 전격적인 합의발표 시점이 총선을 불과 3일 앞둔 시점이라 정부와 여당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총선 이벤트란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따라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우려뿐만 아니라 정상회담 개최 합의 의혹에 대한 국민들의 냉정한 판단이 총선 결과에 어떻든 나타날 것이다. 이제는 새롭게 짜인 정치구도하에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모두가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

우선 정상회담 개최 사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목표는 될 수 있지만 결코 궁극적인 목표일 수는 없다. 남북 정상의 만남은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수단이며 그 첫 디딤돌에 불과하다. 북한은 지난 50여 년 동안 최고지도자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봉건적 전체주의 체제를 유지하여 왔다. 따라서 이 같은 체제와 더불어 평화를 논하고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최고지도자와의 담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상회담의 의의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어떠한 의제를 어떠한 절차를 통해 얼마나 실질적으로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남북의 정상이 만나게 되면 당국간의 대규모 경협문제, 이산가족 상봉과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지만, 일거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성급한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회담에 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정부는 행여 일반 국민이나 기업들이 필요 이상의 환상과 기대를 갖게 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회담 개최시 의전과 행사는 우호적인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한 최소한으로 국한하여, 국빈 방문의 형식적인 회담보다는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해소하기 위한 실무적 회담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적이자 동반자인 남북간 특수관계를 감안할 때 남북관계 개선과 국가안보는 동전의 양면이며 수레의 두 바퀴와도 같다. 이번 회담 성사를 위해 국정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비밀접촉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북한과의 정치·군사적 대치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일면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면서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장치는 완전한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더욱 보완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총선 후 남북관계 개선과 국가안보를 담당할 기구와 장치를 재정비·보완하고 최적의 인물들을 배치함으로써 급변하는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금년 들어 북한은 전에 없이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막후협상을 진행하는 중에도 북한은 미국 및 일본과 협상을 하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심화하고 심지어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이룩하였다.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 당사자 입장을 재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하겠지만 북한은 이러한 남북관계의 진전을 대외협상력을 제고하는 데 한껏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아울러 당초 계획과는 어긋났다지만 결국 북한이 우리의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대남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서둘러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합의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 등 우방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가들에 지원과 협조를 적극 요청함으로써 이미 국제화한 한반도 문제를 주체적이되 배타적이 아닌 모습으로 풀어나가는 성숙된 외교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이번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국민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는 노력과 더불어 국정의 파트너인 야당과의 관계를 적극 복원하여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 국내 역량을 결집하는 데 최대한 정치력을 발휘하여야 할 것이다.

/류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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