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선(72·부산)씨는 북한의 아내 오상현(77)씨가 자신의 가슴에 파묻히며 “여보, 그동안 속절없이 살았시요” “우린 이제 어찌합니까”라고 울면서 가슴을 치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북한 여성 안내원과 취재기자들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평양이 고향인 김씨는 1·4후퇴 때 평양에 있다가 서울로 내려오고, 서울에 있던 부인과 아들들(당시 4살, 1살)은 김씨를 찾아 평양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서로 엇갈려 50년간 헤어져 살아야 했다.

최경길(79·경기 평택시 팽성읍)씨의 북쪽 아내 송옥순(75)씨는 최씨가 손을 잡자 흐느끼다가 끝내 대성통곡했다.

최씨가 “딸 의관이는 왜 안 나왔느냐”고 묻자, 송씨는 “머리가 아프고 병치레를 하느라 못나왔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1924년 평남 대동군 시족면 철봉리에서 면사무소직원으로 일하다 1·4후퇴 때 피란내려오던 중 황해도 사리원서 가족들과 헤어졌다.

최씨는 혼자 월남한 뒤 새로 만난 후처(97년 사망)와의 사이에서 1남1녀를 낳았으나, 이번에 북한에도 남매가 생존해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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