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방송은 엊그제 북한 이산가족 방문단 단장인 유미영(유미영) 천도교청우당 위원장의 남편 최덕신(최덕신)을 ‘매국에서 연공(연공)애국으로 인생을 전환해 통일애국의 길을 걸은 인사’라고 주장했다. 그 말에는 김일성 김정일 노선을 추종하지 않고 재래의 남한입장을 따르면 매국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최덕신은 여기서 외무장관을 비롯해 온갖 영화와 고관현직을 누리다 공금횡령 등의 사유로 나라와 국민을 배신하고 북한에 간 사람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런 인물의 부인을 단장으로 지명해 남쪽으로 내려보내면서 마치 우리더러 들으란 듯이 그를 ‘애국자’라고 대서특필하는 것은 우리를 여지없이 능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평양방송의 주장에는 남한의 노선을 따르면 무조건 ‘매국’이고 연공(연공)이나 용공(용공)을 주장해야만 ‘애국’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식 논리를 단순대입하면 ‘연공통일’을 지지해야만 애국이고 반대하면 매국이라는 주장도 성립할 수 있다. 이는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대남정책이 본질적으로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번 평양방송 주장은 남한에서 북한의 노선을 비판하는 세력을 고립시키고 무력화하겠다는 ‘통일전선전략’ 냄새까지 난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은 안중에 두지 않는 태도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내부다. 북이 우리를 향해 변절자인 최덕신을 애국자라고 떠들어도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누구 하나 딱부러지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이 남파간첩이었던 장기수에 대해 북한이 온갖 수사를 붙여 애국자라고 치켜세워도 그들의 북송(북송)이 ‘인도적인 조치’라는 사실만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최덕신의 부인 유미영이 북측단장으로 오는 것을 계기로 남한에 남아있는 그 가족들이 온갖 박해를 받았다는 것만 보도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본말을 전도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구체적인 예의 하나이다. 아무리 남북간 화해와 교류가 중요하다 해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스스로 모독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최덕신을 뭐라고 하든, 그의 가족이 어떤 고초를 겪었든 그가 공금을 횡령한 저질 범죄자요 ‘배신자’라는 사실만은 국민들이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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