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신(최덕신). 우리 현대사에 그만큼 화려하게 출세한 사람도 드물지만 또 그만큼 ‘변절’을 한 사람도 많지 않다. 그는 남과 북에서 온갖 영화를 누렸으며 북한에서 죽기 전 김일성이 병문안을 올 정도로 각별한 대접을 받았다. ▶한국에서의 그의 경력은 다채롭다. 휴전회담 대표, 1군단장, 옛 월남 대사, 외무장관, 서독 대사, 천도교 교령…. 그의 출세에는 군(군) 후배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배려가 있었다. 그가 5·16후 외무장관에 기용된 것도, 서독대사를 무려 5년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유신 후에는 유신학술원장을 맡아 ‘유신만이 살 길’이라며 외치고 다녔다. ▶그는 지난 76년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해 반한(반한)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망명한 동기는 천도교 교령 재직 시의 공금횡령이 문제되자 “박 대통령이 봐줄 줄 알았으나 봐주지 않자 토라져 망명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망명 후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박 대통령 비난에 앞장섰던 그가 역시 장군 출신인 반한 운동가 최홍희를 만나면서 ‘북행길’이 열렸다. ▶독립운동가였던 아버지 최동오(최동오)의 묘소를 참배하라는 그의 권유에 81년 6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고 당시 공항에는 노동당 정치국원 임춘추, 부총리 정준기가 마중나올 정도로 환대를 받았다. 이 때부터 그는 김일성 찬양론자로 또 다른 변신을 했다. 그는 ‘민족과 나’라는 회고록에서 ‘김일성은 민족의 태양이며 영웅’이라고 예찬했다. 89년 사망할 때까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을 거치면서 북한체제 선전에 앞장섰다. ▶이번에 이산가족 방문단 북측단장으로 오는 유미영 천도교 청우당 위원장은 최덕신의 부인이다. 그녀도 북한에서 범민련 북측 중앙위원, 최고 인민회의 상설회의 의원을 거치는 등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적십자 총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실한 ‘이산’의 한을 갖고 있지도 않은 그녀가 단장으로 오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를 너무 깔보는 것 같다. 그런 그녀의 ‘남행’에 맞춘다면 우리 측 단장은 황장엽씨가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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