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공연기획사인 CNA가 정부와 KBS, 북한 아·태평화위를 상대로 ‘북한 국립교향악단의 서울공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CNA는 자사가 추진해온 행사를 정부가 가로채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보게 되었다는 주장이고, 정부는 ‘광복 55돌 경축 남북 교향악단 합동공연’은 남북 간에 합의되어 정부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CNA 건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어느 쪽 주장이 옳고 그른지는 재판부가 가릴 일이지만 북한의 태도와 남측의 자세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남북 교향악단 합동공연은 CNA 측이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 지난 4월 평양에서 개최하려다 북한이 서울공연 ‘웃돈’까지 요구하는 바람에 무산됐던 행사다. 당시 우리는 ‘구걸하다시피 목을 매더니 돈주고 쫓겨난 해프닝’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200만달러의 거금을 주고 저자세 교류를 하다 결국 뺨 맞은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뒤끝이 마무리되지 않은 문제의 그 교향악단을 이번에는 정부가 초청하고 KBS가 행사를 주관한다니 납득하기가 힘들다. 문화관광부는 “정부가 공연대가로 300만달러 지급 운운한 CNA 측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CNA로부터 100만달러를 받고도 서울공연 조로 웃돈 100만달러를 완납하라고 한 북한이 이제와서 ‘당국 간 합의’라고 해서 돈 안받고 그냥 오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6·15 남북 정상회담 후 처음 맞는 광복절을 경축하기 위해 북한 예술단을 초청한다는 것 자체를 트집잡는 것이 아니다. 왜 하필이면 CNA 측과 공연문제가 해결이 안 된 북한 교향악단을 제소까지 당하며 초청하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계약의 주체와 내용이 다르다는 주장이지만 북한 측 창구는 거기가 거기인데다 협연자만 다를 뿐이라면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

국민들 편에서 보아도 석연치가 않다. 200만달러의 거액을 들여 북한 교향악단을 들여오려다 망신당한 CNA 측도 한심하지만, 그런 ‘구걸교류’를 허가해 준 정부가 다른 명분으로 또 초청하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을 뿐더러 정부를 믿고 행사를 추진해온 민간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의 화해분위기 조성을 위해 문화교류는 필수지만 수차 강조했듯이 상호 교류가 되어야 한다. 이번 남북 교향악단 합동공연은 ‘당국 간 합의’라니 속내를 알 수 없지만 그간의 문화교류는 정부나 민간 측 모두 ‘뒷돈’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사실도 불쾌하다. 과연 그런 문화교류를 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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