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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감염지역 도축’만이 살길 구제역 최악땐 연10조 피해 총선의식한 미봉책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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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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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식적으로 구제역 발생을 선언했다. 전세계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나라가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많다. 중국은 구제역 상재(상재)지역이고, 북한은 비공식적으로 구제역 양성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동안 동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만이 음성지역이었으나 이번에 양국이 동시에 유사한 증상이 발생했다.

이번 구제역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97년 봄 대만에서 발생했던 사태와 비교해 보면, 이번 구제역 파동의 잠재적 파괴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구제역 발생 이전 대만의 돼지 사육두수(1070만 두)는 구제역 발생 이후 35%나 감소한 650만 두가 됐다. 사육농가는 2만7000호에서 37% 감소한 1만7000호로 줄었고 전체 생산돈육의 40%를 수출하던 돈육 수출 가공산업은 붕괴하였다. 양돈산업 이외에도 수퍼, 유통산업, 식당, 외식산업은 육류섭취를 기피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문닫는 곳이 속출하였으며, 일시에 20만명의 실업자를 발생시켰다.

대만양돈협회 발표에 따르면 현재의 환율로 매년 한화 약 4조3000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만일 우리나라 주요 가축에 구제역이 감염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한국 양돈산업 분야는 전체 생산량의 15%를 수출하기 때문에 대만보다는 피해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우, 젖소, 우유산업까지 감안한다면 연간 10조원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파괴적인 구제역 사태에 대한 바람직한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지난 97년 대만 구제역사태를 직접 조사했던 우리 연구소에서는 대만이 구제역으로 입은 경제적 손실의 절반은 인재(인재)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냈었다.

우선 정부는 부분적 도축과 예방 백신에 의존하는 현재의 구제역 방제대책에서 해당 지역 가축에 대한 과감한 도축 우선으로 사태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지금까지 농림부 검역당국은 유사 구제역에 대해 신속하고도 정석적인 방법으로 잘 대처해왔다. 하지만 구제역이 확인된 현 시점에서는 확립된 국제적 관례에 따라 시급히 구제역 발생 지역을 차단하고 그 지역내 가축을 도축하고 폐기해야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구제역 발생지역 반경 20km이내 가축 30만 두를 도축폐기하고 보상하는데 만일 약 1000억원이 소요되고 이것으로 10조원의 피해를 면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선택은 자명하다.

총선거를 불과 열흘 앞둔 정부가 이 시점에서 ‘대량 도축’이라는 과감한 대처방안을 내놓을지 의심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지금 시기를 놓치면 구제역이 자연잠복하는 6월까지 국민경제는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이다. 또한 반드시 재발하는 구제역의 특성상 우리 축산업은 다시 일어서기 어려워질 것이다.

둘째, 국민들은 아시아 모든 국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이 대열에 끼였다고 크게 동요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서둘러 건강한 돼지와 소까지 잡는 것은 구제역 질병의 확산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이지 인체에 해가 되기 때문은 아니다. 이번 사태는 단지 수출 축산업에만 그 피해가 국한되어야 한다. 더구나 구제역으로 판정된 돼지나 소는 모두 도축돼 폐기되므로 그 육류가 국민의 식탁에 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체에 감염되지도 않는 질병이다. 마지막으로 국익을 우선시하는 언론매체의 보도자세가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진실이 아닌 사실을 보도해 국민의 육류소비를 감소시키고 불신을 조장한다면 우리의 축산산업은 영구히 붕괴되고, 수십년간 식탁에 수입고기만 오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정영철 정 P&C 연구소 소장·농림부 농정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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