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은 31일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외교 안보 관련 정강정책을 통해 ‘미국은 공약을 준수하고 적의 대량파괴 무기 사용을 포함한 공격을 차단, 억지해 미국과 우방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리고 특히 ‘한반도에서의 침략저지를 지원하고 한반도 평화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은 한국 및 일본 등 우방들과 협력,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의 이같은 ‘단호한’ 한반도 정책기조는 클린턴 행정부의 ‘유화정책’에 비해 여러가지로 대비가 되고, 게다가 공화당의 집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실상(실상)을 바라보는 공화당의 입장이다. 한마디로 공화당은 북한을 더불어 평화를 얘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보다는 아직도 신뢰하기엔 이른 ‘경계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귀중한 동맹국인 반면 북한은 국제체제 밖에 남아있다”는 지적이 공화당의 그 같은 시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 공화당의 이 같은 인식은 한반도 상황에 대한 ‘현실주의적’ 시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6·15 공동선언 이후 북한을 보는 우리사회의 시각들은 다소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공동선언은 어디까지나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화해를 여는 출발점 그 이상 이하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북간엔 이미 평화가 찾아왔고 통일이 곧 이루어질 것인 양 앞서가는 분위기다. 미군철수 주장이 점차 거세지고 있고 격한 반미구호가 다반사가 된 사회 분위기다. 그러나 한반도 현실은 여전히 미국이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철저히 이행해 주어야 할 상황을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공화당은 강조하고 있다.

물론 미국 같은 초강대국의 외교정책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 방향을 180도 바꾸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화당은 민주당과는 달리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섣부른 당근보다는 ‘힘에 바탕한 평화’에 더 무게중심을 두어 왔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그동안 ‘햇볕정책’을 바탕으로 클린턴 행정부와 나름대로 공조를 잘 해왔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돼 한반도에 화해의 분위기가 싹트기 시작한 것은 한·미 공조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부시 지지도가 높다는 지금, 한국의 현 정부는 과연 공화당의 이 같은 단호한 대북정책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나갈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냉엄한 한반도 현실을 바탕으로 한 공화당의 대북인식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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