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은 연락사무소 복원과 8·15 화해주간 설정을 우선적으로 합의해 내고 있다. 연락사무소 복원은 남북간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제도화하는 것으로, 이것은 어떻게 보면 교류의 ‘통로’이지 교류의 내용물은 아니다. 그래도 이를 계기로 그동안 휴지화됐던 남북기본합의서가 점차적으로, 그러나 착실하게 이행되기만 한다면 6·15 정상회담 정신은 ‘말’에서 ‘제도화’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친 낙관도 섣부른 기대도 금물이지만, 이번에만은 정직한 실천이 뒤따르기를 바랄 뿐이다.

8·15 화해주간 설치는 그간 북측 발상(발상)의 ‘통일축전’ 행사가 다소 변형된 모습으로 남측 당국에 의해 수용된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원래 ‘통일축전’ 행사는 북측의 대중적 통일전선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남쪽에서는 특정성향의 일부 급진그룹만이 법을 어겨가며 호응하던 일이었다. 그것이 목표로 하는 것은 결국은 한·미 동맹관계와 우리의 대북 안전장치들을 해체하자는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정부가 과연 어떤 대안(대안)을 염두에 두고서 기존의 북한식 ‘통일축전’과는 다른 ‘8·15 화해주간’ 행사를 치르려고 하는지 우리로선 대단히 궁금하다.

북한과 우리 사회의 일부 그룹은 기존의 ‘평양 통일축전’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것을 남쪽으로까지 확산시킨다는 기분으로 그 행사를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이쪽의 정부와 대다수 국민들로서는 결코 그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가? 북쪽에서야 그쪽 식으로 한다 하더라도 이쪽에서는 우리의 국가적 정체성에 맞지 않는 이상하고도 생소한 선동적 세몰이 같은 것이 있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한 연락사무소와 바터하는 것이라면 말도 되지 않는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