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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당국자 회담’의 어긋나는 첫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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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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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불성실한 태도와 우리 정부의 무원칙한 처신이 정상회담 이후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분위기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당국자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는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우선 회담 대표들의 격이 맞지 않는다. 우리 정부가 지난 24일 북에 장관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표단 명단을 통보했으면 북한은 회담의 정신을 살려 이에 상응한 대표단을 선정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북한이 통보한 명단에는 차관급인 전금진이 수석대표였으며, 대표단 속에는 우리와 달리 경제, 군사 책임자가 한 사람도 없다. 이번 당국자회담에서 우리가 ‘경제협력과 긴장완화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화, 교육, 조평통, 내각사무국 관계자들로 대표단을 구성했다.

북한 당국은 회담일자도 자기 멋대로 바꾸자고 했다. 우리 정부가 제의한 회담일자에 대해 7월 29일로 수정제의한 쪽은 북한이며, 그랬으면 당연히 그 날짜를 지키는 것이 마땅한데도 아무런 설명없이 하루가 늦어질지 모른다고 알려왔다. 결국 회담은 예정대로 열기로 했지만 회담날짜를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맞지 않는다. 지난 정상회담 때에도 북한이 일방적으로 회담일자를 하루 늦춘 것을 보면 그것이 북한의 습관인지 전략인지 알 수 없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빚어진 데 대해 우리 당국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의 “어찌됐든 회담만 열면 된다”는 조급하고 무원칙한 처신이 사태를 그르치고 있다. 당국자회담을 갖기로 했으면 무슨 문제를 논의하고 수석대표를 어떤 급으로 할 것인지, 또는 대표단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사전에 조율하는 것이 상식이다. 사전조율에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응하도록 설득하며 기다리는 등 다른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도 일방적으로 명단을 통보했다가 북으로부터 뜻밖의 명단이 통보돼 오자 당황해하는 당국자들의 모습은 보기에도 딱하다.

내각 책임참사라는 직책으로 나온 전금진이 조평통 부위원장을 맡고 있어 ‘장관급’이라는 통일부 당국자의 구구한 설명을 국민이 얼마나 수긍할 것이며, 뒤늦게 회담전략을 수정하려는 정부태도를 보고 세인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안쓰럽다. 정상회담의 정신을 진정으로 살리려면 북한은 좀더 성실한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우리 정부도 ‘회담 개최’에만 연연하기보다 기본원칙을 세워 따질 것은 따져가며 회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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