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방콕에서 개막된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전체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루어진 남·북한 외무장관 회담과 북한의 ARF 가입은 남북관계 발전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안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가진 이번 남북간 외무장관 회담에서 의외로 공동성명까지 발표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북한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유일한 안보 협의체인 ARF 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사실이며 우리로서는 이것을 환영해 마지 않는다. ARF는 아세안 회원국들과 한·미·중·일·러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정치·안보 측면에서 대화를 통해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이해증진과 평화·안정을 추구해 나가는 다자간 지역안보 협의체다. 이같은 협의체에 이 지역 안보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북한이 한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은 이 지역의 평화안정에 같은 책무를 진다는 의미를 지닌다. 때마침 캐나다도 북한정부를 승인했다.

우리는 북한의 ARF 가입을 계기로 이와 비슷한 성격의 다자(다자) 안보협의기구인 유럽 안보협력회의(OSCE)가 지난 80년대 유럽의 평화구축은 물론 독일통일의 발판을 제공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헬싱키 회의라고도 불리는 OSCE는 2차대전 이후 획정된 회원국들의 국경과 체제를 상호 인정하는 데 근본정신을 두고 있었다. 당시 동·서 양진영이 냉전을 거두고 긴장완화와 상호협력의 길로 나아간 데는 OSCE가 중요한 매개역할을 했다.

여기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 배경이야 어쨌든 북한도 이제 오랜 고립에서 벗어나 서방국가들과의 외교관계를 넓히고, 또 ARF와 같은 중요한 지역 안보협의기구에 들어온 이상 그에 합당한 회원국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활발한 국제사회 진출을 위해 북한이 ARF가입에 그치지 않고 아·태 경제협력회의(APEC), ASEM, 아시아개발은행, 세계은행 등 다른 국제기구에도 들어올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협조와 노력들이 결실을 맺고 못맺고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 ARF회원국들은 마침 의장성명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결과 채택된 6·15 공동선언이 성실하게 이행되기를 바란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북한은 이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발을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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