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처음으로 제기된 북한의 미사일 개발 포기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진실과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와 관련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실과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다”면서 “이 문제는 현재 러시아 측에 의해서만 거론되고 있다”고 말해 포기설의 의미를 격하하고 있다. 그렇다고 보면 미사일 개발 포기 보도와 관련해 우리는 더 이상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지 않나 싶다. 미사일 포기설은 한 마디로 미국의 국가방위 미사일(NMD) 및 전역 미사일(TMD) 개발·배치를 저지하기 위한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 등 3자의 전술적 공조체제 형성과 관련이 있지 않나 하는 풀이가 오히려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지금 러시아와 중국은 어쩌면 자국의 핵전력을 무력화할 수도 있는 미국의 NMD개발 및 배치를 결사적으로 저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미국이 NMD 배치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북한, 이란, 이라크 등 소위 ‘우려 국가’들로 하여금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는 제스처를 쓰도록 하는 것이다. 아마도 푸틴 대통령으로선 북한 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확한 발언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희망사항’을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에게 피력했을 법도 하다.
북한은 대미 및 대일 협상의 지렛대로서, 그리고 협상의 열매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여러가지로 애드벌룬을 띄우고 싶어 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을 통해 나온 이번 미사일 포기설도 북한의 그같은 전술적 애드벌룬과 NMD 저지를 핵으로 한 대미 전략 차원에서의 러시아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미사일 포기의 대가로 북한은 이미 미국에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요구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북한 관련 보도에 대해 우리가 너무 가볍게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대북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