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昌基
/국제부장 changkim@chosun.com

이라크전쟁이 끝나고 세계의 시선은 한반도로 쏠려 있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한·미 동맹관계는 유례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그만큼 내주에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은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고,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아마도 사상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회담이 될 것 같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가. 그를 맞이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꺼낼까.

요즘 미국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 가장 큰 입김을 미치는 사람들은 이른바 ‘신보수주의자들(neo-conservatives)’이다. 그들의 ‘바이블’로 불리는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얼마 전 뉴욕 타임스는 ‘백악관은 위클리 스탠더드가 말하면 듣는다’고 보도했다―의 발행인 윌리엄 크리스톨(Kristol)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시인한 직후인 작년 10월 28일자 이 주간지에 실은 공동 기고문에서 북한 핵문제에 관해 견해를 펼쳤다. 핵심 요지는 이렇다.

“북한이나 이라크나 두 정권 모두 악(惡)이며, 그 위험을 항구적으로 제거하는 길은 정권 교체다. 군사적 수단으로 후세인을 제거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김정일 제거는 (예상되는 막대한 인명 피해 때문에)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포용’이나 ‘관계 정상화’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클린턴 때의 포용정책은 실패했다. 한반도를 더 평화롭게 만들지도 못했고, 오히려 1990년대 중반에 붕괴해가고 있던 북한 정권을 연명시켜주었다. 북한 핵 문제는 북한 정권 자체의 문제를 풀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통찰을 받들어 부시 행정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택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 글은 북한에 대한 각종 원조 중단과 공세적인 봉쇄정책, 남한의 방위 능력 강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글이 아니더라도 신보수주의자들의 공통적인 주장은 미국이 전 세계에 자유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 대량살상무기가 테러 조직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며, 필요하면 선제 공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시 자신은 신보수주의자가 아니다. 하지만 종종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이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국제문제들에 대해 신보수의자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채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게다가 부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도덕주의적 측면도 강하게 풍긴다. 그는 작년 2월 방한 때 북한 김정일(金正日)에 대해 ‘자기 백성을 굶주리게 하면서 무기를 개발하는 지도자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앞서 ‘혐오한다(loathe)’는 표현까지 썼던 사람이다.

그의 아버지 부시는 대통령 재임 중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를 노련하게 컨트롤해 냉전시대를 종식시켰고, 동독이 붕괴하자 프랑스와 러시아를 설득해 독일을 통일시켰으며, 쿠웨이트를 무단 침공한 이라크를 다국적군으로 공격해 쿠웨이트를 수복했다.

만약 아들 부시가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다면 혹시,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 지대(한반도)에서 냉전을 끝내고, 한반도 통일까지 보려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이런 일은 그의 현 임기 내에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부시는 아마도 노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우리 한 번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해 봅시다. 북한 김정일 정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리고 한반도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냥 한·미 동맹의 중요성만 강조하고 주한미군 감축이나 후방 이동을 늦춰달라는 말로 회담이 잘 풀릴까?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의 운명과 방향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한민족 전체를 자유와 번영의 길로 이끌 수 있는 대답이 무엇일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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