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개폐(개폐)문제가 주요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18일 국회 토론회에서 한 논자(논자)는 보안법을 가리켜 “7조의 고무, 찬양, 동조 규정은 위헌성이 있으며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시대착오적인 법”이라며 폐지를 주장했다. 보안법 폐지론자들은 보안법이 반인권적이고 남용될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개정이 아닌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법은 남용의 소지를 안고 있다. 그것은 법의 존재가치와는 별개의 문제다. 인권침해요소나 남용소지가 있다고 해서 국가보안법 자체를 폐지할 수는 없는 이치다.

독일 미국 등 선진국도 우리 보안법과 같은 체제수호법을 오래전부터 유지해 왔다. 일부 조항은 우리 보안법보다 훨씬 엄격하고 가혹하다. 우리의 보안법과 같은 조항을 형법 속에 포함시켜 운용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조문(조문)도 우리의 3배(80조에서 152조까지)에 달할 정도로 많을 뿐만 아니라 내용도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훨씬 구체적이다. 예를 들면 보안법 반대론자들이 대표적으로 폐지를 주장하는 고무찬양죄, 불고지죄 등도 엄연히 포함되어 있다. 우리의 반국가단체에 해당하는 ‘위헌조직’의 찬양, 선전물 제작·반포는 물론 인터넷에 띄우는 행위에 대해서도 3년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으며, 위헌조직의 표지사용도 금지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후 우리 대학가에는 인공기가 공공연히 걸렸어도 단속이 되지 않았다. 불고지죄도 우리는 친족의 경우 경감조항이 있지만 독일은 그런 것이 없을 뿐더러 불고지에 대한 처벌범위가 우리보다 훨씬 넓다. 침략전쟁 예비, 내란, 간첩죄에 대해 고지하지 않을 때 처벌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화폐·유가증권·신용카드 위조, 중한 인신매매 등에도 이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공산당불법화 이후 생겨난 ‘후계기관’에 대해서는 헌법보위청이 지속적으로 감시해 위반사항이 적발될 때는 처벌하고 위헌조직의 태업행위를 훈련하거나 훈련시키는 행위, 탐지행위, 예비행위 등도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미국의 수정된 사회안전법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형법과 별도로 사회안전법을 운용하고 있으며 ‘전체주의나 독재체제에 기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독일은 통일후에도 체제수호를 위한 법운용을 과거와 같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데, 우리는 본격적인 남북화해는 고사하고 이제 겨우 정상회담 한번 한 것뿐인데 벌써부터 우리 체제수호 근간중의 하나인 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근거없는 주장과 함께 말이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도 노동당규약 전문 등 북한식 보안법의 개정을 언급한 만큼 우리의 보안법 개폐논의는 지금으로서는 소모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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