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북핵 3자회담 참여문제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입장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엊그제 “(북핵 해결의)실질적인 진전이 중요하지 여기에 (우리가) 참여하나 안하나, 우리가 얼마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나, 이 점에 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엊그제 ‘청와대 브리핑’에서 한국의 3자회담 참여 문제에 대해 “무리하게 끼어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럼 지금까지 “한국의 참여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던 윤영관 외교부장관의 말은 무엇인가? 윤 장관은 “과거처럼 우리가 참여 없이 부담만 지는 것은 안 하겠다”라고까지 말했는 데, 도대체 어느쪽이 정부 공식 입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노 대통령이 말하던 ‘주도적 역할론’이나 ‘한국중재론’이 이렇게 슬그머니 사라지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물론 북한이 한사코 한국의 참여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빠른 시일 안에 북핵 위기를 풀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외교적 입장에는 누가봐도 납득할만한 일관된 흐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불과 2~3주일 사이에 정부의 말이 오락가락하고, 대통령·외교부장관·국가안보보좌관이 같은 시기에 각각 다른 주장을 펴면서 저마다 ‘내 말이 정부 입장’이라는 듯이 나서서는 일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정부 입장의 부분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면 이에대한 최소한의 설명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외교는 내부적인 의견 논쟁은 격렬하게 하더라도 밖으로 말할 때는 ‘하나의 입’인 것처럼 보이도록 해야 ‘외교적 발언’에 비중이 실리고, 자국의 입지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현정부 외교·안보팀은 과연 내부 전략회의 등을 통해 ‘통일된 입장’을 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나 한지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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