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그날에 ‘아’하는 감탄사가 붙는 것은 왜일까. 그 전쟁으로 인한 참담과 공포, 배고픔과 추위, 헤어짐과 풍비박산의 지긋지긋한 기억과 씻기지 않은 상흔(상흔)이 없는 가족이 없기 때문이리라. 한국인이면 ‘어찌 우리 잊으랴 그날을’ 임이 분명한데 50주년을 맞은 올해 6·25는 ‘애써 잊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애당초 우리도 기념사업이 꽤 많았다. 정부 주요사업이 10건, 부처와 지자체사업 42건, 위임사업이 41건이니 지금쯤은 물이 올랐을만 하다. 그런데 실제로 열린 행사는 당일 기념식 정도이고 이후엔 별로 찾아보기가 어렵다. 요즘 서울에서 유일하게 용산의 전쟁기념관에서 ‘아! 6·25전’이 열리고 있는데 여기도 노인과 학생들의 발길이 쏠릴 뿐이다. ‘6·25 기념사업’의 축소는 바로 열흘 전에 발표된 남북정상의 6·15 공동선언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서로 자극하지 말자는 약속을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남과 북 모두에 6·25는 ‘잊혀진 전쟁’이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증오와 반목으로 살아온 지난 반세기를 정리할 필요는 있지만 남북정상이 손잡은 화해와 상생(상생)은 지난 일을 잊는 것으로 이뤄지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잔뜩 준비한 사업이 축소되고 꼭 해야 할 행사마저도 잇달아 조정됐다. ▶9·28 인천상륙작전, 서울수복행사, 낙동강 방어전투행사도 조정될 모양이다. 자유와 국권을 수호하기 위한 전쟁의 교훈도 ‘평화’라는 결론으로 가려졌다. 그런데도 북한은 이 전시를 꼬집어 조선일보를 욕하고 협박까지 해대고 있다. 전쟁 체험세대들이 이 속사정을 들으면 ‘아’하는 탄식이 절로 날 것이다. 참전용사들이 분기탱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전시장을 돌아보면 피란살이의 흔적들이 코끝을 찡하게도 하지만, 무엇보다 6·25전쟁은 북의 남침(남침)임을 새로 발굴한 문서와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북한군 선제타격 계획, 전투명령서 등이 그것을 입증한다. 뉴욕타임스, 동구권 신문들까지 ‘불법 남침’임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당국은 물론 남한 일부 친북그룹들은 여전히 북침 또는 남침유도설을 들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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