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원산 초대소에서 재미 한국계 언론인 문명자(문명자)씨와 가진 회견에서 밝힌 주요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울 방문: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경비상의 이유를 들어 서울 대신에 제주도를 방문하는 것이 어떤가하고 제안했다. 그러나 나는 서울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이를) 거절했다. 서울 방문에 대해서는 서두르고 있지 않다. 적어도 금년 10월까지는 불가능할 것이다. ”

▲남북 정상회담: “민족의 힘으로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향해 제1보를 내디뎠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를 찾고 싶다. 나로서는 김일성(김일성) 주석의 유훈 계승이라는 의의도 있다. 하루라도 빨리 통일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시기가 왔다. ”

▲김 대통령 출영: “나 자신이 전격적으로 결심했다. 김 대통령에 대한 우리 인민의 인상은 좋지 않았다. 김 대통령이 통일을 위해 어려운 결심을 해 평양까지 오시는데 분위기가 그래서는 안되기 때문에 예정에는 없었으나 공항까지 나갔다. ”

▲남북 공동선언: “민족의 통일 대헌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의의를 지니고 있다. 한번에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으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 김 대통령은 확실하게 실천해나갈 의지와 성의를 갖고 있는 분으로 믿고 있다.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시기가 합의보다 늦어지고 있으나 앞으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공동선언 실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대미 관계: “클린턴 대통령의 대(대)북조선 경제제재 해제를 환영한다.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김용순(김용순) 비서와 인민군 고위관계자 2명을 조만간 미국에 파견한다. (윌리엄) 페리 전 미국무장관이 특사로 왔기 때문에 우리가 공을 던질 차례다. 외교면에서의 우선 과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하나보다 두명의 친구를 갖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은가. ”

▲주한미군: “지금까지는 미군에 나가라고만 말해 왔으나 금방 나갈 수 있을까. 우선 미국스스로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에게는 분단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통일에도 책임이 있다. 주한미군 문제는 우선 미국 스스로 판단해 우리 민족의 통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방향으로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

▲대일 관계: “일본을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일본과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바라고 있으나 그것은 일본의 결정에 달려 있다. 일본인은 우선 납치다 뭐다 하는 얘기를 그만두고 과거 청산 등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성의와 진실을 갖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

▲식량지원: “지난 5년 동안 어려운 가운데 2000만명의 운명에 대해 매우 고심했다. 그 때 우리에게 식량을 보내준 한국·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 사람들의 인도주의에 깊이 감사한다. ”

▲기타: “(고 김일성 주석의 조문을 허가하지 않았던) 김영삼(김영삼) 전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한국 대통령들을 평양으로 초청한다고 김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지금까지 왜곡보도가 많아 (한국에서 나의) 인상은 매우 나빴으나, 본인이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게 돼 뿔달린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동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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