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년에 조선일보의 대북(대북) 논조를 가지고 일부 사람들은 조선일보를 ‘반(반)통일’ 신문이라고 매도해 왔다. 그런데 지난 8일에는 평양방송도 조선일보를 ‘통일에로의 민족의 역사적 흐름에 역행’하는 ‘반민족적 반통일적’ 신문이라며 “조국통일의 길위에 가로놓인 걸림돌은 들어내야 하고 암초는 폭파하여 없애버리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정녕 통일에 반대하는가? 결코 아니다. 다만 저들이 말하는 통일과 조선일보가 말하는 통일이 다를 뿐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로 볼 때 통일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남쪽의 체제와 이념에 따른 통일이 있고 북쪽의 이념과 주의(주의)에 따른 통일이 있을 수 있다. 두 체제가 절충되어 중간에서 만나는 통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일 저들이 말하는 통일이 북의 체제와 이념이 주도하는 통일이라면 우리는 목숨을 걸고 그런 통일에는 반대한다. 만일 저들이 말하는 통일이 남쪽에 의한 통일이라면 그것은 불감청 고소원(불감청 고소원)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바라는 통일은 분명 평화와 공존,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단계를 거쳐 남북합의로 이루어가는 통일이다. 따라서 누구든 통일이나 반통일을 말할 때는 우선 그 ‘통일’이 어떤 통일인지 엄밀히 전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고 그런 개념규정은 두루뭉수리로 덮어두고 반민족 반통일 반역죄 운운하는 것은 논리적 약점을 인정하는 것밖엔 안된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반통일’로 매도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말하는 통일이 북에 의한 통일이라면 당신들은 대한민국을 들어먹자는 것밖에 되지 않으며, 평화공존이라면 조선일보는 반통일이기는커녕 통일지향 신문이 된다. 그리고 “지금은 통일을 말할 단계가 아니라 평화공존 화해협력을 추구할 때”라고 말한 김대중 대통령은 어디에 서는 것일까.

평양방송은 ‘걸림돌의 폭파’를 위협했다. 우선 자신들의 비위에 맞지 않는 것이면 ‘폭파’하겠다는 망상을 버리지 못하는 북한당국은 자신들을 계속 세계적인 테러리스트국가 리스트에 묶어버리는 우(우)를 범하는 것뿐임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가 변화했기를 진정 기대해 왔다. 그러나 계속되는 테러위협은 북한이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입증할 뿐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평양방송뿐 아니라 남쪽에서도 조선일보가 남북문제에 ‘걸림돌’이라고 주장하는 허황된 목소리가 있다. 물론 조선일보가 입을 다물어주면 편한 일이 있을 것이다. 우리도 입 다물고 눈 감으면 평양도 가고 금강산도 가고 백두산도 갈 수 있고 또 남쪽 일부 서클에서 ‘왕따’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신문의 생명인 비판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남쪽의 권력에든, 북쪽의 권력에든 분명히 할 말은 하고 살아갈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대한민국의 명운(명운)이 걸린 문제인 이상 우리는 ‘걸림돌’이 무서워 입을 다물 수는 없다.

북한당국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조선일보는 언론의 자유와 북한당국의 환심 중 어느 것을 택하라고 한다면 단연코 언론의 자유를 택할 것임을 분명히 천명한다. 우리가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평양방송의 언급처럼 오직 ‘조선일보만이 구태의연하며’, ‘조선일보만이 6·25남침을 모략한다’면 하나쯤 비판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문제란 말인가. 남쪽에서 조선일보만 문제라면 그것으로 부족해 굳이 100% 전부를 얻겠다는 발상 자체를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조선일보가 그처럼 두려운 존재란 말인가.

우리가 더더욱 가당치 않게 생각하는 것은 북한이 드디어 남쪽을 이간시키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평양방송은 ‘조선일보와 같은 것들’을 천백번 길들이기 할 것이며 ‘조선일보건 누구건’ 북한내에 ‘더러운 발길질’을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누구든 조선일보를 옹호하거나 편을 드는 측은 북한의 제재를 받을 것임을 협박한 것이다. 이것은 분명 남한의 여론과 언론에 분열의 쐐기를 박는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할 뿐이다.

조선일보는 지금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북한의 비난과 위협이라면 한두번 겪은 것이 아니라 무대응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남쪽 일각에서는 ‘남북 큰걸음’에 저해되는 언론이라며 조선일보와 기자들을 매도하거나 저주하는 주문(주문)들이 연일 횡행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무슨 싸움인가. 이 판이 무슨 판인가. 이것이 과연 누구 편들기인가. 독자들은 남북회담 후 시국의 흐름과 변화를 예의 주시해 줄 것을 부탁드리며 조선일보는 어떤 협박에도 결코 길들여지지 않을 것임을 거듭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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