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의 적임 여부를 가늠하는 데 어떻게 후보자의 과거 북한 관련 인식이나 활동을 살펴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또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만큼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 공영방송의 책임자에 대해서도 정치적 성향과 대북 인식 등을 살펴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 ‘부적절’ 의견에도 불구하고 고영구 국정원장을 공식 임명한 것은 정치적 판단의 적부(適否)는 별개로 하고 대통령의 법적 권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 후보의 이념적 성향을 따져본 국회의원에 대해 “색깔을 씌우고…”라고 비난한 것은 적절한 언급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국회가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거론된 인사의 이념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국회 정보위원회 판단은 동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일축하는 발언을 한 것도 염려스런 대목이 없지 않다.
남북 분단 상황이 지속되는 한 우리 사회는 이념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념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백안시하는 시각은 그 자체가 위험할 수도 있다. 더구나 북한의 실체나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이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수구’니 ‘극우’니 하는 이념적 공격을 가하면서 다양한 견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수구적’ 색깔 씌우기다.